인터넷만 찾아보고 "저 폐렴이에요."라고 말하는 사람은 잘 없는데 유독 정신과 질환은 그런 사람들이 있다.
살면서 수많은 전문가를 만났지만 단 한 명도 나를 ADHD로 의심하지도 못했다. 가장 최근에 만난 병원에서 1시간 동안 정밀 검사를 하고 검사비 20만 원을 내고 알게 되었다. 그런데 어찌 인터넷 체크리스트로 ADHD 진단을 스스로 내릴 수 있나.
누구나 갑자기 충동적일 수 있고, 주의력 분산이 안 될 수 있다. 그런데 그게 일시적인 것도 아니고 노력, 의지로 되는 것이 아니면 진단이 나온다.
ADHD는 농담을 구분하지 못하고 쉽게 기분이 나쁘다. 외국은 상대방이 기분 나쁘다고 얘기했으면, 그 의도와 상관없이 사과하는 게 비교적 당연하다. 한국은 당황해하며 사과할 줄 모른다. 그래서 상대방이 그런 말뜻이 아니라고 수도 없이 상담에서 배웠다. 수년간 노력과 학습을 해도, 내가 기분 나쁜 감정을 그리 확확 받는 걸 뜯어고칠 수는 없었다. 늘 아무리 상담을 통해 그때그때 힘든 일을 이겨나갈 순 있어도, 근본적으로 달라지진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람들이 나에게 했던 말들이 마치 시각 장애인에게 눈 크게 뜨고 노력하면 더 보일 거라고 말한 것처럼 느껴진다.
진단을 받고 일상을 잘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나는 도대체 그렇게 오랜 시간 상담받고 항상 노력하는데도 왜 이럴까'하는 상태에서 노력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다시 태어난 느낌이었다.
영국 가기 전에 미리 알았더라면 학교로부터 지원과 배려를 받았을 거다. 난 'disability'가 없는 줄 알았지. '너 근데 영국에서 되게 학교 생활 잘하고 오지 않았니?'싶다면 나의 브런치 ADHD 시리즈를 보여줄 거다. 그럼 누구든 내가 왜 27살에서야 진단을 받게 되었는지 알게 될 거다. ADHD가 장점이 많아서 약점은 그래도 좀 가려져 살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6가지 진단 항목 중 2개만 문제가 있기도 하다.
나의 한계를 부끄럼 없이 드러내고 인정하는 건 멋있는 일이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가끔 그래..."가 아니라 나는 이런 한계가 있고 그런 상황에서 이렇게 하면 나를 도와줄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근데 한국인에 대한 부정적인 데이터가 많아 괜히 공격받을까 봐 무서워서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