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
너무 힘들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지난 7일 동안 브런치 글 26개를 발행하며.
며칠 전 공식적으로 완전 백수가 되었다. 영국을 몇 번을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돈을 손에 넣어서 당분간 돈 벌 의지도 전혀 없다. 하지만 내가 살면서 겪은 트라우마로 책정한 비용은 10억인데 그 돈으로는 치유되는 아픔이 아니었기에, 감정 해소를 위해 풀타임 브런치 작가로 산 거 같다. 늘 뭔가 막 부산스럽게 하고 있다. 진짜 ADHD 특징이다.
ADHD가 아무것도 안 했다고 말하면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게 좋다. 시간 감각을 상실해서 본인이 뭘 많이 하고도 인지가 잘 되지 않을 뿐이다. 작은 성취를 잘 기억하지 못하거나 뇌에서 한 가지에 오래 집중한 기억이 없으면, 그냥 아무것도 안 했다는 느낌이 들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렇게 글과 영상으로 남기는 기록하는 습관이 잘 되어있나 보다.
집착과 애착
상대방이 불편하다고 느꼈으면 집착이라고 한다. ADHD는 그걸 말해주지 않으면 모르고, 한국인은 영미권과 다르게 직설적으로 말할 줄을 모른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집착과 애착의 차이를 생각해 봤다. 그 사람이 연락이 며칠씩 되지 않아 화가 났으면 집착이고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됐다면 애착이다. 집착은 상대방을 내 마음대로, 욕구대로 하고 싶은 거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알아서
어릴 때 나는 정말 조용한 모범생이었고 반면 동생은 아주 까불까불하고 한시도 가만 안 있고 돌아다녔다. 어릴 때 동생 보면서 "쟤 ADHD 아냐?"라고 말한 기억도 있다. 근데 쟤는 아니고, 나다.
내가 좀 공부를 못했더라면.
이 병원만 더 빨리 만났더라면.
동생만 아니었으면 더 빨리 발견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자연스럽다.
하지만 늘 드는 생각은,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다.
비록 부작용으로 한국에 나에게 맞는 ADHD 약은 없지만, 아는 것이 힘이 되고 있다.
ADHD와 사랑
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시각장애인이든 지체장애인이든 상관없다. 내가 모르던 시야가 넓어지고,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달라질 것 같아 좋다. 내가 모르는 세상을 자세히 알려주면 좋겠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내가 그와 그의 세상에 도움이 될지도 궁금하다.
ADHD도 자폐 스펙트럼 장애와 유사해서 사람마다 너무 다르다. 어떤 ADHD 글 보면 난 공감이 안 되기도, 어떤 건 너무 공감이 되기도 한다. 누군가도 내 세상을 알고 싶어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