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목소리가 아니라, 남의 말을 들었을 때 후회한다. 많은 사람들이 연애 조언을 얻기 위해, 친구들에게도 물어보고 타로도 본다. 그런데 상대방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건 나 자신이다. 그 관계는 내가 겪은 거라, 나를 향했던 상대의 말투, 표정, 말과 행동을 기억하는 건 나뿐이다. 그러니 상대방이 지금 무슨 생각할지 짐작 가는 게 있다면 그게 맞을 거다. 아무리 주변 사람들이 답도 없다, 포기해라라고 한들, 그게 진짜 답도 없고 포기해야 할 일인지는 스스로가 잘 안다.
다른 사람 만나면 잊힌다는 말을 하던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만나면 잊힐만한 사람만 겪어봤으니 그렇게 말한 것이다. 사람은 사람을 50년, 70년씩도 그리워할 수 있다. 아무리 많은 사람들을 만나도, 잊히기는커녕 역시 이래서 다른 사람들은 절대 안 되는구나 싶어서 열 배는 더 힘들어졌다.
또한 끝까지 해보지 못했을 때 후회한다. 작년 8월, 영국까지 갔으면서 내가 약간 자존심 부렸다. 지나고 생각해 보니, 그때 진짜 하고 싶은 말을 안 했다. 비행기까지 탔으면서 자존심을 부리다니. 어차피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겠지만, 돌이켜 생각했을 때 후회가 된다. 지구 반대편까지 갔으면 매달려봤어야지.
그리고 마지막 기회가 지나가고 나서야 후회한다. 5월에 학교에서 마주쳤었는데. 뒤돌아보니 없었다. 그때 이후론 우주가 두 번은 기회를 안 주더라. 만약 그때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할까. 지금 미국에 있을지, 호주에 있을지, 영국에 남았을지 어떻게 아나. 물론 모든 점술에서 서울이라 말한다.
후회를 안 하고 살 수는 없다. 하지만 남의 목소리가 아닌, 내면의 목소리를 따르는 것만큼은 할 거다. 나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그래. 그땐 그게 최선이었어. 그게 나름 끝까지 해본 거였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게 마지막 기회였을 줄 어떻게 알았겠냐며 다독여주게 된다. 그러니 후회를 하더라도, 나를 탓하지 않기로 했다. 그때의 나를 이해해 주며, 나를 온전히 사랑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