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가 아주 절망적으로 끊기고 일주일 뒤에 새로운 친구를 얻게 되었다. 처음부터 나를 무한히 응원해 주던 사람 덕분에 영국에서 단기간에 많은 성취를 이룰 수 있었다. 작년 이맘때를 떠올리면, 그 덕분에 즐거웠던 기억이 먼저 떠오른다. 라디오 방송하고 집에 걸어오는 길에 카톡으로 신나서 얘기했던 생각을 하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하늘이 내가 영국에서 시간을 의미 있게, 행복하게 보내길 바라는 마음에 그런 신부님 같은 사람을 내려줬다고 생각한다.
가장 유니버스의 계시 같이 느꼈던 순간은 작년 12월 어느 강남역 카페에서였다. 그 신부님 같은 오빠가 한국에 와서 오래간만에 수다를 떨었다. 저녁에 난 소개팅을 앞두고 있었다. 이전 소개팅 상대들과 대화가 너무 안 통해서 내내 집에 빨리 가고 싶어 했던 이야기를 하며, 나는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이면 충분한데 왜 이렇게 어려운지 하소연했다. 오빠는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재밌는 너랑 말하는데 정적이 흐르거나 대화가 안 통할 수가 있냐, 잘생긴 거, 돈 잘 버는 거, 직업 좋은 거, 그 많은 것 중에 제일 여자에게 맞춰주기 쉬운 게 대화 잘 통하는 건데 그거 하나가 안 되냐"라고 말했다. 그러니 나도 깔깔거리며 웃었다.
그때였다. 귓가에 어떤 노래가 들리니 3초 만에 눈물이 나서 한참 울었다. 주말이라 사람 많은 카페였다. 그 노래가 나오기 전까지는, 사람들 말소리에 카페에서 무슨 노래가 나오는지 하나도 듣고 있지 않았다.
유명한 가수 노래도 아닌데. 하필 내가 어떤 남자가 소개팅에 나왔으면 좋겠는지 신나게 떠들고 있던 그 타이밍에. 누군가의 카톡 프로필 뮤직이었다. 난 차단당해서 못 보는데 하필 또 유일하게 대신 봐준 적이 있는 오빠랑 같이 있을 때 흘러나왔다. 내가 울기 시작하자, 오빠가 몇 초 뒤에 '아!' 하며 알아챘다. 울었던 이유는 누군가 생각나서가 아니라, 마치 이 소개팅을 가지 말라고 보이지 않는 힘이 나를 막으려는 것 같아서였다.
그때 그 노래만 안 들었어도 그 소개팅 상대를 한 번 더 만나봤을 거다. 그렇게 대화가 통하는 사람을 바라고 바랐는데, 하늘이 내려줬었다. 그 사람은 달랐고 충분히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게다가 나한테 상당히 관심을 보였고 바로 또 언제 만날 거냐며 적극적이었다. 나도 반갑고 기뻤다.
하지만 그렇게 재밌는 시간을 보냈음에도 울면서 집에 걸어왔다. 소개팅 가기 전에 카페에서 나왔던 노래만 한참 반복해서 들으면서. 그 뒤로 소개팅 다니던 거 접었다. 그 타이밍에 그 노래를 들은 것이, 하늘이 내가 괜히 스트레스받으면서 소개팅 다니는 게 싫어서였는지, 아니면 진짜 걔가 내가 소개팅 다니는 게 싫어서였는지는 모르겠다. 결과적으로는 그 뒤로 새로운 사람 만나려고 노력하는데 기운 빼지 않게 되었다.
유니버스 계시를 믿으면 인생이 재밌어진다. 하늘이 다 이유가 있어서 저 사람을 내 인생에 내려주고, 그 타이밍에 그 노래를 내보내고 했다고 생각하니 짠하고 신기한 기분이다.
올해 들어서는 더 이상 울지도 않았고, 괴로움도 사라졌다.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다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작년 말까지 괴로웠던 것도, 올해부터는 괴롭지 않고 영상 많이 올리게 한 것도 결국 나를 성장시키기 위한 유니버스의 뜻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