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감정과 결혼
"내가 이 사람을 10년 뒤에도 볼 것인가?"를 생각한 뒤, 아니라면 이 주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 한국인의 무례함을 막을 순 없다. 내가 피해 갈 순 있다.
"나이가 들면 바뀔 것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10년째 같은 생각이라면 이쯤 되면 인정해 줄 때도 되었다.
"근데 사랑하는 사람이 원하면 어떻게 하냐"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나와 함께하는 걸 제외하고 아무것도 중요한 게 없다. 전 세계 어느 나라든 같이 가서 여유롭게 살 수 있다면 행복한 사람이어야 한다. 어느 한 사람이 갑자기 장애인이 되어도 함께할 수만 있다면 행복해야 한다. 그래야 결혼이다. 아니면 그냥 연애 감정이다.
그게 '가치관 차이'라며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어디에 살든 함께만 할 수 있다면 행복하다는 말도 성립이 안 된다. 다른 그 어떤 문제도 이건 어떻고, 저건 어떻고 조건이 많이 붙을 거다. 무조건적으로 나와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 아닌 게 너무 확실하다. 그럼 결혼이 실수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 때문에, 자기가 사랑한다고 하는 여자를 버릴까 말까 고민하는 사람하고 왜 만나나. 이건 결혼을 고민하는 게 아니라, 그 이유로 사람을 버릴까 말까의 고민이다. 그럼 여자가 갑자기 큰 병에 걸리거나, 정말 현실적으로 문제가 생겼을 때도 이혼할까 말까 고민할 거다. 단언컨대 사랑이 아니다.
예를 들어, 나는 살면서 결혼은 꼭 하고 싶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비혼주의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내가 '이 사람은 결혼 생각이 없으니까 만나는 게 의미가 있을까'라고 생각이 든다면 딱 그만큼 좋아하는 거다.
본인이 왜 비혼주의인지 나에게 말해줄 거다. 내가 상대를 사랑한다면, 이해하고 받아들일 거다. 나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나는 왜 애가 안 낳고 싶은지 이유가 15가지건, 20가지건 다 설명을 하겠지. 그냥 오지랖 넓은 한국인들에게 그 이유를 한 개도 말해주기 싫다.
마지막 연애가 2022년에 한 달이었다. 한 달도 안 만났는데 '너가 애 안 낳는다는 말을 듣고 아 어차피 결혼 못 하겠구나' 생각했다는 말을 상대로부터 직접 들었다.
나를 잃는 게 그 어떤 것보다 제일 무서운 사람과 만날 거다. 그게 아니라면 계속 수녀님으로 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