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곡을 쓰면 가사는 고치지 않는다. 중3 때 썼던 곡도 그때 썼던 가사에서 한 글자도 바꾸지 않고 냈다. 한 번 가사가 뱉어지고 만들어졌을 땐, 그게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Verse)
사람들 사이에 섞여있어도 집에와 혼자있어도
자꾸만 뭐라도 하려고 애를 써보아도
너의 그림자가 지워지질 않아서
Pre-chorus)
이 사람 저 사람
니 얘길 안하곤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어
하루종일 오늘도 같은 말을 해
이 곡은 후렴이 먼저 나오고, 다음에 벌스를 붙인 기억이 난다.
이제와 가사를 보니 '역시 ADHD 답군' 싶다. ADHD의 머릿 속은 원래도 일반인보다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얼마나 더 정신이 없었을까. 말이 뱉어지는 걸 주체할 수가 없어서 과하게 솔직하고 자기 얘기가 술술 나오는 것도 주특기다.
Chorus)
친구들 말하길 넌 너무 겁쟁이라서
나는 널 진심으로 사랑한다 말한 이후로
겁이 나서 도망친 거래
그런 너라도 좋다고 기다리는 나만 바보지
이제라도 와줬으면 해
한 번 들으면 흥얼거릴 가사와 멜로디가 있어야 대중성이 있다고 한다. 이 노래는 내가 썼음에도 '친구들 말하길, 넌 너무 겁쟁이라서'라는 부분이 계속 맴돈다.
이곡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간주가 지나고 2절 후렴이다.
Chorus)
친구들 말하길 넌 너무 겁쟁이라서
나는 널 진심으로 사랑한다 말한 이후로
겁이 나서 도망친 거래
친구들 말하길 사실 너도 나를 품은 적이 있어서
너도 니 맘이 맘대로 되지 않는 게 싫어서
겁이 나서 도망친 거래
그런 너라도 좋다고 기다리는 나만 바보지
이제라도 와줬으면 해
1절 후렴이 반복되고 멜로디가 고조되면서 마지막 후렴이 나온다. 이 곡을 쓰고 부르기 시작한지 벌써 몇 달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마지막 후렴만 되면 가슴이 푹푹 찔린다.
모차르트가 "언어가 끝나는 곳에서 음악은 시작된다"라고 했다. 상대에게 언어로써 직접 전하지 못한 날이 쌓이고 쌓여서 노래가 되었다.
이 곡이 공개되고 이 곡의 뮤즈였던 사람도, 마음이 괜찮았으면 좋겠다. 이 곡이 전하는 건 '넌 겁쟁이야. 이 시키야'가 아니라 '이제라도 와줬으면 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