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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ADHD와 나

HSP와 ADHD 차이

by 이가연

문득 나의 ADHD 시리즈를 접한 사람들이, '혹시 나도 ADHD인가?'라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흔히 혼동하기 쉬운, HSP와 ADHD의 차이점에 대해 조사해 보았다. HSP는 타고난 기질이고, ADHD는 뇌 기능 차이가 있는 신경발달장애다. 병원 진단 이전에, 본인도 그러하다는 확신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도 내가 HSP인 줄 알았다. 몇 년 전부터 HSP 관련 책들을 읽으며, 나를 명확하게 설명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둘은 명백히 다르다.


HSP(Highly Sensitive Person)는 자극에 대한 민감성이 높으나 치료가 필요한 장애는 아니다.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는 의학적으로 진단되는 장애로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한국에서 주로 처방되는 ADHD 치료제는 두 종류로, 외국에는 하나가 더 있는데 한국에선 승인되지 않았다. 나는 그 두 종류에 심한 부작용이 있어 며칠 먹고 그만두었다. 하지만 6가지 영역 중, 2가지에만 저하가 나왔기 때문인지 약을 먹지 않아도 일상생활에 큰 불편함은 없다. 다만, 가끔 그 저하가 나온 영역, '충동성'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한 달에 몇 번 그럴까 말까 한 일이기 때문에 그냥 살아가고 있다.


HSP는 감각에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쉽게 피로해서 잠깐 쉴 시간이 필요하다. 한참을 사람들과 어울리고 나면 지쳐서 조용히 회복하는 루틴이 잡혀있을 거다. ADHD 역시 감각에 예민하나, 새로운 자극을 계속 찾아 헤매기도 한다. 그래서 영국에서 도파민 파티가 났던 건가보다. 어쩔 땐 매일매일 캘린더에 즐거운 이벤트로 가득했다. 가만히 쉬는 게 되지 않았다.


나에겐 대인 관계에서 큰 차이점이 느껴진다. HSP는 감정적으로 예민하고 공감 능력이 높으며 깊게 고민할 수 있다. 그런데 ADHD는 사회적 신호를 캐치하는데 어려움이 있고, 감정을 즉각적으로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니 혼자서 깊게 고민한다기보다, 이미 표출하고 있다. 주변 사람들이 보기에, '대체 저 상황에서 왜 저런 말을 하지?' 또는 '쟤는 내가 이렇게 신호를 주는데도 왜 못 알아듣지?' 할 수 있다. 나랑 친했던 사람들 모두가 그런 생각을 했을 거란 생각에 나도 가슴이 아프다. 살면서 내가 그런 신호를 캐치하지 못해서 나에게 폭발하며 막말을 퍼부은 사람이 열 명 이상은 될 거다.


내가 사람들에게 상처 주는 경우도 물론 있다. 순간적으로 화를 낼 때, 이성이 나가있는 모습일 때가 있다. 흔히 사람들이 '소위 분노 조절 장애도 마동석이 오면 치료된다'라고 희화하는 경우가 있지 않나. ADHD 충동성은 결코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나보다 윗사람이어도 아예 인지가 되지 않는다. 교수건, 상사건 다 해봤다.


이제는 상담 치료를 오래 받아서, 분노가 올라오면 바로 차단하고 필요시 약을 먹으며 혼자 가라앉히려 노력한다. 옛날에는 차단했다가 풀어서 욕하고 차단했다가 풀어서 욕하고 그랬다. 근데 요즘 카톡 차단이, 한 번 풀면 내가 먼저 메시지를 못 보내게 바뀌었다. 그래서 이젠 어떻게든 차단까지만 성공하면 된다. 내 차단 목록은, 전혀 누구였는지 알 수 없는 사람들 위주로 있다. 한 때라도 소중했던 사람은 없다. 그래서 이런 글도 쓰게 되었다.



또한 ADHD 중에는 시간 관리에 어려움을 겪어서, 계획을 세워도 실행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 나는 여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앞서 언급했듯, 다른 영역에는 기능 저하가 없었다.


내가 HSP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ADHD였듯, 혼자서 확신을 가지는 건 위험하다. 그래야 필요한 지원을 제대로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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