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가기 전에도, 갔을 때도, 다녀와서도, 늘 한국보다 해외가 잘 맞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온 이유는, 한국 기획사에 들어가서 한국에서 유명해지고 싶은 게 언제나 1순위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 도저히 런던에 살아야겠는데, 집값과 생활비가 너무 비싸고 먹을 게 너무 없었다. 엄마도 보고 싶었다.
아직 한국에서 내가 때가 아니구나. 그럼 나이가 더 들어 워홀 비자 신청이 어려워지기 전에, 일본에 1년 살다오는 게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올해 7월 또는 10월에 비자 신청이 가능하다.
영국은 가기 전에 아는 사람 한 명 없었다. 도쿄엔 친한 언니 한 명과, 같이 한국 놀러 오곤 했던 그 언니 친구들이 있다. 또한 엄마가 일본 여행을 매우 좋아해서 한 달에 한 번 올 수 있다고 한다.
나 역시도 언제든지 한국에 올 수 있다. 치아 사정상 언젠가는 유치 하나가 흔들려서 임플란트를 해야 하기 때문에 그것마저도 걱정했었다. 일본에 살면 언제 무슨 일이 생겨도 갈 수 있다는 안심이 되니 좋다.
이번에 가보고 참 좋았던 건, 일본은 편의점만 가도 맛있는 게 많아 보였다. 외식을 해도 만 5천 원 이내에 한 끼를 다 해결할 수 있었다. 한국 물가가 너무 올라서, 일본 물가가 저렴하게 느껴졌다. 영국에선 늘 거의 3만 원 가까이했고 맛도 없었다.
그리고 평소에 팝송을 잘 안 듣는다. 일본 노래가 더 잘 맞는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노래하고, 노래 가르치는 일인데, 한국 노래에 대한 레슨 수요는 그 어느 나라보다 일본이 제일 높을 것 같다.
이렇게 거리, 음식, 물가 등 영국의 단점이 다 해결된다. 다만 딱 한 가지 문제가 있다. 한자 읽기에 거부감이 있다. 영어는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골고루 됐는데, 일본어는 듣기, 말하기만 된다. 그런데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가. 노래나 영어 회화를 가르치는 일이다. 전혀 문제 될 게 없다.
좋다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