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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가연 Sep 16. 2023

대답 없음도 대답이다

소리 없는 거절

출국이 일주일 채 남지 않았다. 한 때는 가기 전에 만나고 싶은 사람들 리스트를 작성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가기 전에 만나고 싶다는 내 카톡을 몇명은 읽지도 않았다. 그러고 나서야 상대방 입장에서는 나를 1년 동안 만나지 않아도 전혀 상관이 없단 걸 깨달았다.


어렵겠다는 답장도 아니고 안읽씹이 이어지자 나도 모르게 슬픈 감정이 쌓였나 보다. 하지만 그 덕분에 대답 없음도 대답이라는 걸 조금씩 깨우치게 되었다. 이 문장은 벌써 십 년에 걸쳐 아직도 뼈아프게 배우고 있다. 상대방이 이미 무응답으로 대답했음을 왠지 나는 남들보다 인지하는 것이 더 느린 것만 같다.


몇 년 전만 해도, 누군가에게 먼저 만나자고 했을 때 매번 각기 다른 핑계로 거절하는 것을 그 이유 곧이곧대로 다 믿으며 그 일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또 물어보고 또 물어보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당연히 그 일은 핑계였을 터, '이제껏 기다렸는데 또 일이 생겨 바쁘다니' '전부터 물어봤는데 나 대신 다른 친구를 만나다니'하며 상처받곤 했다. 그러니 어쩌면 상대방의 겉으로 친절한 거절보다 대답 없음이 내게 나을 수도 있다.


사실 지금도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전에는 대여섯 번 거절에 상처받고 돌아섰다면 지금은 세네 번쯤으로 줄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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