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간이 가지는 감정 중에 연애 감정이 가장 쓸데없다고 했다. 이루고 싶은 것이 있고, 커리어가 중요한 나에게 연애 감정은 가장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그런 감정이 들면 뇌가 고장 난 듯 통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 사람을 왜 좋아하나 싶으면, 가지고 있던 도덕적 기준과 충돌하는 감정이 생기면, 뇌의 97%는 상대방에게 빼앗긴 채 3%만 사용해서 일상생활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면, 통제되지 않는 내 모습에 경악하게 되는 것이다.
자기 통제력이 높은 사람은 할 일을 잘 해낸다는 장점이 있다. 나는 나를 있는 그대로 아끼고 존중하는 자존감은 아직 부족하지만 일을 잘 해낼 수 있다고 믿는 자기 효능감은 높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기 계발에 관련된 목표를 세우면 목표 달성이 당연하듯 해왔다. 초등학교 때부터 중간고사 한 달 전부터 계획표를 세우고 공부해 왔고 벼락치기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잘할 수 있던 이유는 억지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행동 목적이 자아실현에 있기 때문에 내가 원해서 이뤄낸다. 그래서 방해 욕구가 좀처럼 들지 않는다. 목표를 이루는 일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단점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너지기 쉽다. 인간관계 영역에서 그러하다. 그것은 내 의지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 오히려 내가 너무 의지를 발동하면 안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인간관계에서 문제는 너무 노력했기 때문에 생겼다. 노력하면 기대하게 되고, 기대하면 실망하고, 상처받고 뒤돌아서는 일만 남게 된다.
기대하면 안 되는 사람에게 기대하는 마음이 생기면 그 감정 자체를 없애버리는 것이 해결책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예전에는 감정을 끊어내기 위해 그 감정을 들게 하는 상대방은 물론이고 주변 사람까지 완전히 끊어버리겠다고 다짐했던 적도 있다. 인생에서 다이어트도 한 번 결심해서 한 번에 성공하고, 시험 보면 다 한 번에 붙는 나라면, 지금만 속이 쓰라리고 한 번에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감정을 끊어낸다는 건, 공부하기 위해 보고 있던 유튜브를 끄는 것과 같지 않았다. 한 번에 되지 않으면 두 번째엔 가능할 거라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다.
때론 뜻대로 되지 않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 부러울 때도 있다. 다이어트 결심에 실패해도, 내일부터 공부하겠다는 결심에 실패해도, 그것이 당연한 사람에게는 이런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더 쉽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분명 감정을 끊어내겠다고 결심했던 그 순간엔 흔들리지 않을 줄 알았고 진심이었는데, 우습지만 그런 다이어트 결심에 실패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거의 처음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라는 생각은 위험할 수밖에 없다. 원하는 내 모습이 정해져 있다는 뜻이고 거기서 벗어나면 괴로워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시시각각 생각도 가치관도 변하거늘, 존재하지도 않는 '원래 내 모습'에 갇혀 살면 혼자만 힘들어진다.
이런 나일수록 지금과 다른 내 모습이 궁금하고 자유로운 삶을 갈망한다는 것을 안다. 인생에서 커리어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인간관계를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가장 힘들어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사람 마음을 가지고 하는 일은 내 뜻대로 될 수 없기에, 이에 상처받고 힘들고 싶지 않아서, 스스로 노력하는 만큼 결과를 기대해 볼 수 있는 커리어에 모든 걸 걸고 싶어 하는 내 마음을 이해한다.
나는 이미 자기 통제를 잘하는 사람이다. 더 이상 잘하려는 노력은 그만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