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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가연 Nov 06. 2023

자기 통제 욕구가 강한 사람

나는 인간이 가지는 감정 중에 연애 감정이 가장 쓸데없다고 했다. 이루고 싶은 것이 있고, 커리어가 중요한 나에게 연애 감정은 가장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그런 감정이 들면 뇌가 고장 난 듯 통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 사람을 왜 좋아하나 싶으면, 가지고 있던 도덕적 기준과 충돌하는 감정이 생기면, 뇌의 97%는 상대방에게 빼앗긴 채 3%만 사용해서 일상생활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면, 통제되지 않는 내 모습에 경악하게 되는 것이다.



자기 통제력이 높은 사람은 할 일을 잘 해낸다는 장점이 있다. 나는 나를 있는 그대로 아끼고 존중하는 자존감은 아직 부족하지만 일을 잘 해낼 수 있다고 믿는 자기 효능감은 높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기 계발에 관련된 목표를 세우면 목표 달성이 당연하듯 해왔다. 초등학교 때부터 중간고사 한 달 전부터 계획표를 세우고 공부해 왔고 벼락치기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잘할 수 있던 이유는 억지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행동 목적이 자아실현에 있기 때문에 내가 원해서 이뤄낸다. 그래서 방해 욕구가 좀처럼 들지 않는다. 목표를 이루는 일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단점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너지기 쉽다. 인간관계 영역에서 그러하다. 그것은 내 의지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 오히려 내가 너무 의지를 발동하면 안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인간관계에서 문제는 너무 노력했기 때문에 생겼다. 노력하면 기대하게 되고, 기대하면 실망하고, 상처받고 뒤돌아서는 일만 남게 된다.


기대하면 안 되는 사람에게 기대하는 마음이 생기면 그 감정 자체를 없애버리는 것이 해결책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예전에는 감정을 끊어내기 위해 그 감정을 들게 하는 상대방은 물론이고 주변 사람까지 완전히 끊어버리겠다고 다짐했던 적도 있다. 인생에서 다이어트도 한 번 결심해서 한 번에 성공하고, 시험 보면 다 한 번에 붙는 나라면, 지금만 속이 쓰라리고 한 번에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감정을 끊어낸다는 건, 공부하기 위해 보고 있던 유튜브를 끄는 것과 같지 않았다. 한 번에 되지 않으면 두 번째엔 가능할 거라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다.


때론 뜻대로 되지 않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 부러울 때도 있다. 다이어트 결심에 실패해도, 내일부터 공부하겠다는 결심에 실패해도, 그것이 당연한 사람에게는 이런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더 쉽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분명 감정을 끊어내겠다고 결심했던 그 순간엔 흔들리지 않을 줄 알았고 진심이었는데, 우습지만 그런 다이어트 결심에 실패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거의 처음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라는 생각은 위험할 수밖에 없다. 원하는 내 모습이 정해져 있다는 뜻이고 거기서 벗어나면 괴로워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시시각각 생각도 가치관도 변하거늘, 존재하지도 않는 '원래 내 모습'에 갇혀 살면 혼자만 힘들어진다.


이런 나일수록 지금과 다른 내 모습이 궁금하고 자유로운 삶을 갈망한다는 것을 안다. 인생에서 커리어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인간관계를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가장 힘들어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사람 마음을 가지고 하는 일은 내 뜻대로 될 수 없기에, 이에 상처받고 힘들고 싶지 않아서, 스스로 노력하는 만큼 결과를 기대해 볼 수 있는 커리어에 모든 걸 걸고 싶어 하는 내 마음을 이해한다.



나는 이미 자기 통제를 잘하는 사람이다. 더 이상 잘하려는 노력은 그만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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