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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가연 Nov 24. 2023

어려운 것이 당연한 게 아니다

한국 사람들은 특히나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에 익숙하다. 하지만 불필요한 고생도 있다. 그만 두는 것은 끈기가 없어서가 아니다. 나 자신을 돌보고 지키기 위함이다.


'저 사람과의 관계가 왜 어렵고 힘들까' 고민하고 노력할 시간에 그런 생각조차 해본 적 없는 사람과 함께하려 한다. 세상 모든 일이 다 '고생 끝에' 열매를 맺는 게 아니다.


물론 관계가 점차 깊어지고 시간이 몇 달 지나 크고 작은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관계의 시작 단계에서, 알게 된 지 한두 달째 되는 시점에 이미 지치고 내가 과연 인간관계를 잘하는 사람인가 스스로에 대한 의심까지 들게 한다면 당장 벗어나야 하는 관계다.


좋은 관계는 상대방에 대해 생각하고 더 나은 관계를 위해 고민하게 할 수는 있어도 스스로에 대한 믿음까지 흔들리게 하지 않는다.


내겐 친한 영국인 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처음 만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얘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과연 이 친구와 잘 지낼 수 있을 정도로 사회성이 있는 사람인가.' 따위의 고민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이 친구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 어떤 노력도 필요하지 않았다. 서로가 편안했다. 깊이 있는 얘기를 나누면서도 '이런 얘기까지 해도 될까'와 같은 고민 없이 그저 모든 것이 자연스러웠다.


'이런 얘기까지는 하지 말 걸' 또는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인가. 내가 어떤 노력이 더 필요한가. 내가 이 친구에게 충분하지 못한가. 원래의 내 모습과 다른 모습을 보여야 이 친구를 만족시켜 줄 수 있나'라는 의문이 끊임없이 든다면 무언가 잘못됐다. 이는 결국 '나는 인간관계를 잘 못하는 사람인가. 나는 부족한 사람인가'라는 자기 자신마저 건드리는 위험한 생각의 수준까지 이르게 한다.


참 슬프게도, 이런 관계에 한 번 묶이면 시야가 좁아진다. 커플이라고 함께하는 시간이 많으니 자주 싸우는 것이 당연한 게 아닌데, 아무리 사람이 서로 다르다 해도 그 다름으로 인해 힘들 필요는 없는데, 마치 힘든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관계에서 벗어나야 비로소 '역시 나는 지금 있는 그대로도 괜찮구나. 내 모습 그대로 다른 사람들을 만나 함께해 보니 역시 나는 부족한 사람이 아니구나.' 그제야 느낀다.


그러나 어떤 감정으로든 나에게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은 다 제각각의 이유가 있다. 나에게 꼭 필요한 교훈을 알려주기 위해 내지는 이 곡들을 탄생하게 해 주기 위해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다 그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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