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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이 사랑

'이 사랑' 뒷이야기

by 이가연

다음은 웹소설 '이 사랑'의 실제 뒷이야기다.


작년 5월 말, 내가 겪은 이야기를 글로 쓰기 시작했다. 쓰다멈추다를 반복하다 7월 초에 완성했다. 그렇게 글로 엮지 않았다면, 어쩌면 내 감정도 5월에 정리가 됐을 수 있다. 창작물이 남고, 감정은 증폭됐다.


그렇게 소설을 완성하고 난 후, 오빠를 통해 같은 학교 사람이면 메일 주소를 알 수 있단 걸 알게 되었다. 7월 말 처음 메일을 보냈다. 읽었다. 감정이 또 증폭되어 못 참고 8월 초 영국으로 날아갔다.


영국에 가서 오빠 앞에서 두 번째 메일을 보냈다. 그것도 읽었다. 거의 앉은자리에서 날았다. 그 메일은 두고두고 후회했다. 차라리 좀 빌어볼걸. 쇼핑몰 앞에 몇 시까지 나와달라 하고 시간씩 망부석처럼 있어볼걸. 그랬으면 마음이 좀 식어서 돌아왔으려나. 감정은 계속 증폭되어 8월에 4곡을 썼다. 이 시기엔 더 이상 메일도 읽지 않고 매일 울었다.


9월 말엔 창원에 가서 유튜브 영상들을 찍어 올렸다. 한국 땅에 뭐 붙들게 없잖아. 어디가 고향인지 몰라서 진해도 갔다가 마산도 갔다가 하하하하하.


10월엔 다른 누군가를 좋아해 봤다. 그러면서도 한순간도 놓은 적은 없었다. 잠깐씩 숨통이 틔다가도 확 괴롭기를 무한 반복했다. 의미 없는 빈 껍데기 같은 마음이었다. 이틀에 한 번 꼴로 울었다.


11월엔 졸업 축하한다고 선물 보냈는데 거절됐다. 정말이지 작년 7월부터 11월은 생지옥에 살았다. 인생에서 다시 그런 시기는 오지 말아야 한다.


12월 졸업식엔 오지 않았다. 졸업식이 정말로 끝이라 생각했다. 유럽 2주 가서 환기도 시켰겠다 소개팅 엄청 했다. 역시 감정만 더 증폭됐다.


해가 바뀌었으니 이젠 새 마음으로 살고 싶었다. 소개팅에 회의감을 느끼고 다시금 예술에 바쳤다. 2월 유튜브 쇼츠를 엄청 올렸다. 당연히 감정은 하나하나 올릴 때마다 증폭됐다. 어느 것 하나 버릴 영상이 없었다. 올려두고도 보고 또 봤다.


2월 10일까지, 15곡의 자작곡을 한 사람 때문에 썼다. 걔랑 마지막으로 통화한 게 작년 2월 6일이니, 꼬박 1년 만이다. 작년 2월 7일과 8일에 곡 써서 안다. 2월 말엔 창원 한 번 더 내려가서 리턴즈 영상을 찍었다.


3월 생일에 맞춰 여러 개 올리기도 했다. 이제는 정말로 한계를 느꼈다. 도저히 한두 개만 보고 안 볼 수는 없는 영상들로 올려왔으니, 나를 아예 신경도 안 쓰거나, 거의 다 보고 있거나 둘 중 하나, 모 아니면 도라고 생각했다. 후자이길 바랐으나, 올리면 올릴수록 믿음이 사라졌다.


그렇게 유튜브에 다 쏟아내고 나니 점점 받아들이게 되었다. 아예 안 보고 있구나. 삶에서 완전히 지워졌구나. ISTP, ESTJ 같은 인간도 아니고 본인 INFJ라고 강조하던 그 감수성 풍부하던 애가, 차단을 안 푸는 거면 내가 처음부터 그 정도였나. 이제 내가 기억도 잘 안 나나.


연지가 언제 한 번, "찬성오빠가 언니를 진심으로 아꼈어."라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말만큼은 가슴에 남겨두어 버틸 수가 있었다. 아낀 적이 있었다면 그렇게 사람이 피폐해지게 냅둬선 안 됐다. 보고 있었다면 본인도 너무너무 괴로울 정도로 잘 느꼈을 사람이다. 그래서 차라리 다 몰랐으면 싶기도 했다. 내가 괴롭고 말지.



영국까지 갔으면 이제 좀 그만하라고 딱 한 번만 더 말해주지. 그거 하나만 밉다. 첫 메일만 읽었어도 그렇게 무시해도 될 마음 아닌 거 알았을 텐데.


계속 나 혼자서 키워온 마음이었다. 자꾸 있었던 일 곱씹어서, 감정을 예술로 만들어서, 다른 사람들 아무리 만나봐도 대화가 안 통해서, 사주 타로 점성학 하면서 셀프 희망고문해서.


분명 걔가 명확히 연락하지 말라고 본인 의사를 말해준 2월, 그리고 그 직후인 3,4월은 크게 괴롭지 않았다. 재밌게 잘 살았다. 5월 말 그 소설 쓰기가 시발점이 되었고, 이후로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여자친구가 있다면 응당 한 번 더 욕을 하고도 남았을 거란 생각에, 대답 없음조차 난 긍정이었고 희망이었다. 하루하루, 오늘은 우나 안 우나 살얼음판 걷듯 아프게 산 게 벌써 7월부터 9개월이었다.


정말 죽기 살기로 사랑했어 찬성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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