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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ADHD와 나

ADHD의 진심

by 이가연

나는 분명 그대로였는데 사람들은 내가 이랬다 저랬다 하는 줄 안다.

이젠 내가 하는 말 80%는 걸러 듣는다고 오빠가 말했다. 그게 무시해서가 아니다. 오빠는 내가 하는 말 중에 어떤 게 진심이고, 어떤 건 방어기제인지를 안다. 진심이 아닌 말을 내뱉고 있는 걸 안다.


때때로 뇌를 거치지 않고 말이 나오다 보니, 내가 그렇게 말한 줄도 모른다. 기억이 안 난다. 진심이 아니었으니까.

내가 왜 한국 사람과 안 맞는지 한국인의 문제점을 알려줬다. 오빠 말로는 그들은 너무 나의 모든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영국과 한국에 대한 애증이 깊다. 영국 좋다 했다가 싫다 했다가 한국 싫다 했다가 좋다 했다가 매일매일 난리가 난다. 영국 나올 때 앞으로 10년 안에 다시는 안 온다고 이를 바득바득 갈고 한국 갔다.


가족에 대한 애증은 정말 뿌리 깊다. 한국에 대한 애증이 생긴 이유가 다 거기서 출발한다. 평생 해결해야 할 숙제가 이 애증 같다. 하지만 알고 있다. 애증은 사랑에서부터 시작됐음을.

누구나 모순적이다. 그런데 일반인은 그걸 다 뱉질 않는다. ADHD들은 그때그때 모든 생각을 다 내뱉어야 살 수가 있다. 그러니 오빠처럼 '가연이는 그때그때 감정을 표현하는 것뿐이다'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아닌 이상, 뭔가 이해가 안 된다고 느낄 수 있겠단 걸 최근에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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