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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이 사랑

ADHD를 이겼던 사람

by 이가연

진단을 받고, 관련된 글과 영상을 접하고 나서야, 그게 모두 증상이었음을 알았다. 남들도 다 그렇게 사는 줄 알았다. 특히 ADHD는 유전율이 80% 이상으로 높기 때문에, 가족 구성원 중 한 명도 똑같으니 더더욱 알아차리기 어렵다.




용건이 있는 짧은 통화가 아닌 이상, 스피커폰으로 인터넷 하면서 말한다. 그러지 않고 정말 가만히 누워서 2,3시간 넘게 얘기만 집중해서 했던 시기가 있다. 통화에 집중하고 싶어서 화면을 끄고 핸드폰을 가만히 베개 옆에 두었던 기억이 난다.




첫 번째 사진에서 저 말을 듣자마자 남자가 설거지하던 그릇을 던지고 도망간다. 내가 보여지는 직업이니까 옷을 신경 써서 입고 다니면 좋다는 걸 알고 원피스를 막 찾아보고 있었다 해도, 누가 그걸 그래야 되지 않겠냐고 지적하면 바로 '꺼져!!!!!!!!!!!!!!!!!'다. 저기서 그릇 던져버리는 게 과장 같지만 적어도 머릿속은 그거 절대 과장 아니다.


극혐 하긴커녕 신경 써줘서 매번 고맙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영국에서 제일 힘들었던 것 중 하나가 옆방 소음이었다. 그건 ADHD가 아니라, 누구나 화낼 만했다. 원래는 헤드폰으로 견뎌보려고 했는데 어느 시점부터 소리가 들리면 미쳐버릴 것 같아서 10초 안에 바로 나갔다. 밤이면 기숙사 공용 공간으로 가서 11시는 넘어야 들어갔다. 그런데 그전에는 분명 소리가 들려도 공용 공간 이용할 생각을 안 했던 거 보면 견딜만했던 거다. 당시 친구가 "언니 작년에도 똑같이 시끄러워 했어."라고 한 걸 보면, 소음의 강도에 차이가 생긴 것도 아니다.


도저히 집에서 통화는커녕 잠깐도 못 있겠는데 어떻게 그때는 전화하는 내내 방에 있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때는 소리가 덜 했던 거라고 믿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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