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나와 가장 친한 사람들은 ADHD인 가족이 있는 한국인, ADHD인 학생들을 가르치는 한국인 또는 외국인이다. 한국에서 진짜 난이도 극헬이다.
지금 곁에 있지 않고 과거가 된 사람들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글을 읽고 이해는 되어도 진정 받아들이진 못했던 거 같다. 타이밍이란 게 있으니까. 상대방이 너무 힘든 시기에 나를 알게 됐다든가.
'내가 ADHD인 것만 알았어도 그들이 나에게 그런 말과 행동을 안 했을 텐데. 내가 상처받지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지난 3개월간 매일 들었다. 그들의 그릇이 딱 거기까지였단 걸 알아도 자꾸, '그래도 나쁜 사람들은 아니었는데 내 브런치 ADHD 글들을 보면 이해해 주고 친구로 지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환상이란 걸 깨달았다. 아무리 누군가가 '그래서 그랬구나.'하고 이제 모든 게 이해가 된다고 말한들, 내가 과거의 상처가 불쑥불쑥 생각나서 관계가 어렵다. 내가 ADHD여서 그랬단 걸 몰라서 나한테 상처를 줬던 그 사건이, 안 지워진다. 전과 같은 관계로 돌아갈 수 없다.
그보다 더 강력한 이유는, '오빠는 뭐 내가 ADHD인 거 알고 배려해 줘서 지금까지 친구냐? 진단받기 전에도 후에도 나를 똑같이 대할 수 있는 사람도 저리 존재하는데. 내가 ADHD라는 사실을 알고 이해받아야 유지할 수 있는 관계면 그게 될 거 같냐?'라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서 오빠는 '가연이가 이러는 데는 다 이유가 있겠지.'라고 언제나 그러는데, 과거의 그들은 지금 다시 맺어진다 한들 '가연이는 ADHD니까 내가 좀 참고 이해해 줘야 된다.' 이렇게 생각해 버리면 그 관계가 잘~~~도 오래가겠다. 이건 가족도 안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가족도 적당히 지내야 하는 거다.
이래서 건강한 관계를 맺어보는 건 중요하다. 그래야 '아하. 이게 맞구나.'하고 올바른 기준이 세워진다. 이 오빠와 외국인 친구들은, 내가 있는 그대로도 괜찮고 훌륭하다는 걸 늘 안전하게 느끼게 해줬다.
앞으로 과거 사람이 그리우면 생각해 볼 거다. 과연 나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 줬는가. 절대 아니다. 그랬으면 과거 사람이 됐을 리 없다. 미련이 남는 모두는, 너무 슬프지만 다 내 ADHD 증상 때문에 나에게 상처 주고 떠났다. '내가 잘못이었을까. 내가 이랬으면 어땠을까.'하는 자책하게 만들었다. 내가 나인 것이 싫게 만들었다.
나는 능력이 많은 ADHD인이다.
나는 매력적인 ADHD인이다.
그래서 더 슬프다. 사람들의 태도가 너무 확 변하니까.
장점 보고 다가왔으면, 단점 보고 도망은 가도 상처는 안 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