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수정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남들은 글 쓰는 게 어려울 텐데 나는 수정하는 게 어렵네.'였다. 글쓰기는 말하기와 같은 느낌이라 술술 써진다. 책을 읽을 때 꼼꼼하게 못 읽는 사람인데, 억지로 비 ADHD인처럼 읽으려니 힘들었다. 글쓰기는 에너지 소모가 거의 없는 반면, 한 줄 한 줄 읽는 건 에너지 소모가 상당히 컸다.
생존 전략은 자주 쉬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집중력이 이미 흐트러져서 수정 효과가 떨어진다. 내 집중력의 한계를 평소에 잘 느낄 일이 없는데, 책 수정하면서 제대로 느꼈다. '오늘은 여기까지'하는 분량을 정해서 단계별로 했다.
비 ADHD인은 생판 남에게 속 얘기를 다 털어놓고 깊은 관계를 맺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속 얘기를 다 안 털어놓고 천천히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가 항.상. 인간관계 숙제였다. 지금 브런치에 올리는 글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도 똑같이 할 수 있으니 공개적으로 쓰는 거다. (당연) 그래서 결국, 곁에 남은 사람들은 저마다 조금씩 ADHD 기질이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걸 장점으로 생각한다면, 소수의 사람들과 정말 깊이 있는 관계를 맺는다. 이는 엄청난 행복과 안정감을 가져다준다.
하지만 다수에게 상처를 받는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이것도 생존 전략이 있다. 최근에 확립한 생각은, 나 같은 사람 처음 봐서 신기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어차피 두 번 다시 못 볼 확률이 높다. 그들이 어떤 칭찬을 하든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 처음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나를 좋게 보고 칭찬해 준다. 그런데 멋지다고 대단하다고 칭찬해 주는 것과, 나 같은 사람 처음 봐서 신기한 건 다르다. 내가 ADHD라서 처음엔 장점이 먼저 눈에 들어왔을 거다. 내가 그동안 이뤄놓은 것들도 많고, ADHD는 분명 장점이 많으니까. 그런데 나는 이미 정을 준 상태인데, 그들은 ADHD의 단점으로 남들과 다른 점이 보이면 신기한 게 아니라 부담스러워서, 심하면 꺼림칙하고 이상해서 미친 속도로 줄행랑친다. 그 과정에서 심히 상처 주는 말도 할 수 있다.
나이가 20대 중반 이상인데 나 같은 사람을 처음 봤다는 건, 그만큼 서로 너무 다른 세계에 산다는 뜻이다. 내 주위엔 다 나 같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나 같은 사람이 전혀 특이하거나 신기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니, 내가 ADHD로 장점을 보이든 단점을 보이든 놀라지 않고 똑같이 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비 ADHD인은 뭔가 시도하고 도전하는 게 어려울 확률이 더 높다. 물론 ADHD인 중에서도 할 일을 계속 미루고 시작이 어렵다는 글도 봤다. 나의 경우는, ADHD인 중에서도 즉흥적, 도전적, 열정적인 기질이 강해서 좀 더 계획하고 신중하게 하는 게 어렵다. 그래서 ADHD 기질이 없는, 좀 덜 친한 사람들을 보면, 답답하다. '그냥 하면 되는데 왜 못 하지?' 하는 생각이 든다.
계획하고 신중하게 하지 않아서 발생한 일을 그때그때 그냥 해결하면 된다. 다행히도 내가 충동 소비를 한다든가, 뭔가 중독되어 있는 건 없다. 기껏해야 비행기표를 끊는 일인데, 전부터 마음 속에 계속 품었던 데를 가는 거라서 괜찮다. 챗 GPT에게 한 번 물어보고 행동하는 것도 방법이다.
ADHD인은 분명 장점도 단점도 가지고 있다. 실생활에서 불편한 점이 많아도, 장점으로 극복 가능한 게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