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이 듣는다는 건 축복이다.
한국에 ADHD 약은 두 종류가 있다. 가장 많이 쓰는 약을 먼저 시도했는데, 일주일 동안 악몽을 3번 꿨다. 그냥 악몽도 아니고 아주 생생하게, 어린 시절 가장 깊은 상처를 후벼 팠고, 소리 지르면서 깼다. 분노에 차서 무슨 소리를 질렀는지도 다 기억했다.
그다음 약은, 먹은 지 몇 시간 만에 왼쪽 손부터 팔까지 파스를 붙여야 될 정도로 미친 듯이 저렸다. 그래서 그것도 더 이상 먹지 못했다. 둘 다, 흔한 부작용이 아니라고 해서 더 열받았다. 다들 ADHD 약을 먹고 인생이 180도 달라졌다고, 약을 먹기 전과 후로 나뉜다는데 나는 왜.
첫 번째 약은 부작용이 너무 확실하고,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아서 포기했다. 두 번째 약은 오늘 한 번 더 시도했다가 열받아서 쓰는 글이다. 이번엔 온몸이 저리고 어지럽다. 지금 이 부작용 때문에 힘든 건 도대체 무슨 약을 먹어야 되는지 모르겠다.
성인이 ADHD 진단을 받으면, '내가 왜 이제서야 이걸 알았을까.' 하면서 그동안 모든 일이 다 설명이 되고 한탄스럽기도 화가 나기도 하며 온갖 감정이 든다. 만일 이제라도 약을 먹어서 효과가 있다면, 정말 축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