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 제작하면서 이렇게 힘들었던 적은 없었다. 지금까지보다 백배는 힘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십원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재능교환으로 했다. 지금까지는 한 곡 제작당 백만 원이 들었다.
3월 30일 보컬 녹음을 마쳤다. 그것도 첫 번째 녹음이 기술상 문제로 아예 못 쓰게 되어, 다시 녹음한 거였다.
곧바로 믹싱을 맡겼는데, 그분이 바쁘셔서 3주 만인 어제 완성본을 들어볼 수 있었다. 처음 딱 보내주셨을 때는, 멘붕도 그런 멘붕이 올 수가 없었다. 도저히 내가 생각하는 방향이 아닌 결과물이었다. 그래서 수정에 수정을 거의 열 번을 거듭했지만, 결국 아무리 들어도 기존 앨범과는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처음부터 믹싱에는 자신이 없어하셔서, 그럼 일단 도와주시고 내 마음에 안 들면 다른 사람을 알아보는 걸로 얘기가 됐었다.
유통사에 제출해야 하는 날짜는 16일인데, 13일에 받아버렸으니 돈을 들이더라도 아예 모르는 사람을 찾아서 마음에 든다는 보장도 없다.
지금 가진 결과물로는 제출할 생각이 완전히 사라진 상황에서, 내게 남은 선택지는 두 가지다. 하나는 유통사에 연락하여 발매를 취소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어떻게든 지금보다 마음에 들게 16일까지 완성해 줄 수 있는 곳을 찾는 거다.
당분간 온전히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책 쓰기에만 매진하겠다고 결심했다. 이 곡이 나오기까지, 상처받고 끊어진 게 대략 5명 정도이니, 참 많이 지쳤다. 내가 지치고 힘들 땐 거의 '모든' 경우 내 의지가 아니라 타인 때문에 내 뜻대로 안 될 때더라. 실력 향상, 시험 합격과 같이 내가 할 수 있는 건 무조건 되는 데 익숙해서 타인 개입이 필요하면 좌절감을 많이 느낀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이유냐. 전 국민이 내 신곡을 기다리고 있냐. 아니다. 발매 날짜에 맞춰 대규모 프로모션이 준비되어있던 것도 아니고, 취소 또는 연기를 한다고 손해보는 사람은 없다.
아직 시간이 남아있다. 오늘내일 안에 내 마음에 쏙 드는 결과물이 나올 방법을 찾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