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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제작기 #1 다시 시작

by 이가연

상호무페이 앨범 작업의 한계를 처절하게 깨달은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 그 누구도 책임감 있게 작업해주지 않았다. 내 작업은 말이 안 될 정도로 계속 미뤄졌다. 그것도 한 명이 아니었다. 그럼 그게 뭘 의미할까.


정답은 돈을 들이는 거다. 잘 안 풀렸던 게 한 명이라면 모를까, 해볼만큼 다 해봤다. 올릴 수 있는 데엔 다 홍보를 했고, 많은 사람과 대화도 나눴지만, 정신만 피폐해졌다.




1순위는 늘 커리어였다. 그래서 한국 돌아와서 힘들었다. 영국에선 라디오 DJ, 펍 공연과 같은 커리어 이력이 계속 추가되었는데, 한국에선 되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소속사에 들어가거나, 일자리를 얻거나, 공연팀에 합격하는 건 전부 누군가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일이다. 앨범 발매는 돈만 있으면 가능하다.


지난 글에서, '당분간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것만 하겠다.'는 말에 다 힌트가 있었다. 돈을 들이면, 내가 원하는 기한 안에, 내 뜻대로 된다. 마음에 들 때까지 수정을 요구할 수 있고, 기한을 안 지키면 바로 요청할 수 있다.


이번 신곡 '그런 너라도'를 작업할 때부터, 이건 선공개곡으로 하고 이 곡을 포함한 EP를 발매하고 싶었다. 그래서 마음에 드는 프로듀서를 찾아서 편하게 쭉 같이 작업하고 싶었다.



나의 커리어 평생소원은 앨범 발매와 투어에만 집중할 수 있는 가수가 되는 거다.


목표는 올해 6월 중 EP 발매고, 벌써 2곡 작업을 의뢰했다. 오래 묵었던 체증이 내려가는 느낌이다. 이 곡들을 쓴 지도 벌써 1년이 넘었다.


'돈 없어.'라고 생각했지만 통장에 진짜로 돈이 없던 게 아니다.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일에 포함되는 일이라면, 지금 당장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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