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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학교 가고 싶다

by 이가연

파운드

영국 계좌에 100파운드가 있다. 한국 계좌로 옮기려면 수수료가 들기 때문에 언젠가 쓰겠지 싶어서 그냥 뒀다. 현명한 선택이었다. 파운드 올라서 거의 2만 원 이득이다. 은행 이자의 몇 배가 아닌가.


이번에 쓸 거다. 마치 오랜만에 꺼낸 겨울 패딩 주머니에서 지폐가 나온 기분이다.



런던

아직 런던을 사랑해서 감사하다. 애증은, 때론 유쾌한 감정이 아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꿈과 환상의 도시였고, 아직도 그 환상이 조금은 남아있다.



영국

장점 : 익숙해서 예약을 미리 안 한다.

단점 : 익숙해서 예약을 미리 안 한다.



미친 (positive)

요즘 완전 ADHD (positive) 상태다.



영국 지리

책 읽다가 글래스고대학교, 레딩대학교 같은 학교 이름을 봤다. 예전이었다면 그냥 넘겼겠지만, 이제는 그 학교들이 영국 어디쯤에 있는지 대략 떠올릴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가보진 않았지만 레딩은 사우스햄튼에서 런던 가는 길목에 있고 런던에 더 가까운 게 그려진다.


그중 가장 신기한 건 '영국의 사우샘프턴 대학교 연구팀은'이라는 글자를 봤을 때다.



학교 가고 싶다

학교 수업 들으러 가는 그 길이 그립다. 이번에 청강하러 갈 수 있게 되었다. 기대되는 것이 프라하도 아니고, 파리도 아니고, 학교 가는 길이라니. 그냥 그 길을 생각하니 심박수가 빨라지는 것 같다. 다시 한번 더 그 연습실에 들어가 보고 싶다. 학생증이 만료되어, 운 좋으면 어슬렁거리다가 문 열릴 때 들어갈 수 있다. 그 지하의 쾌쾌한 연습실에서 참 많이 울고 웃었다.



방어 태세

내 채널에 댓글이나 좋아요가 달리면 유튜브 앱 내 종모양에 빨간 점이 찍힌다. 알림을 따로 켜놓지 않아도 이건 막을 수 없다. 평소에 카톡이든, 인스타든, 스레드든 그 어떤 앱이라도 1이나 점 하나라도 찍혀있으면 보는 즉시 없애야 된다. 그래서 내가 안읽씹을 한다는 건 거의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언젠가부터 그 종모양에 빨간 점이 찍히면, 누르기가 달갑지 않다. 한 2,3초 정도 스트레스받는다. 그럼에도 눌러야 된다. 따뜻한 댓글이면 마음이 놓이지만, 동시에 '왜 이렇게 항상 쫄아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든다. 왜겠나. 기대하는 마음으로 클릭했는데 기분 상하는 댓글이었던 데이터가 몸 어딘가에 남아있겠지. 사람이 괜히 방어 태세가 되는 게 아니다.



앨범

어쩌면 누군가에겐 완전히 잊혔을 기억을,

그 순간을 고이 모아

마치 사진 앨범을 넘겨보듯 담아내는 것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예술로 재탄생시키면 이건 모두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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