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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가연 Oct 21. 2023

#4 낯설지만 괜찮아

10월 셋째 주 짧은 글

점집

런던 가서 처음으로 영어로 점을 봤다. 40분 동안 이야기했는데 딱 한마디가 기억에 제일 남는다.

"너가 탈 인간을 지향하는 건 알겠는데 너도 인간이야. 그냥 솔직하게 표현해."




낯설지만 괜찮아

내가 하게 될 거라고 상상도 못 했던 일들이 많다.

예를 들면 창문에 방충망 달기. 방충망이 없는 창문은 처음 봤는데 여긴 다 그렇다고 한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해봤을 법한 일이지만 나에겐 처음인 것도 있다.

술 취한 친구 택시 태워서 보내기. 그리고 지난 1년 동안 마신 것보다 지난 3주 동안 술 더 많이 마시기.




연습실

드디어 학교에서 연습실 사용이 가능하게 되었다. 무제한으로 연습실을 사용할 수 있는 것보다 하루에 4시간 제한이 있다는 사실이 더욱 연습실을 이용하게 만든다.




그래도 공강은 필요해

처음 스케줄에 따르면 내가 학교에 꼭 가야 할 날은 월요일과 수요일 뿐이었다. "이러고도 등록금을 이렇게 받아도 되냐." "다른 과는 거의 9시부터 6시까지 고등학교 마냥 수업을 연달아하기도 하던데 우린 뭐냐"와 같은 대화를 친구와 나누곤 했다. 그래서 친구를 따라 목요일, 금요일 각 한 과목씩 청강을 신청했다.

그런데 화요일 1대 1 전공 레슨이 잡혔다. 나도 이제 드디어 매일 학교에 가게 되었다.


아.




학교 가기 귀찮다

천사 : 열심히 하기로 했는데 가야지. 얼른 준비해!

악마 : 너 오늘 청강이잖아. 집에서 놀아 그냥.




자연스러웠다

"한국 남자 만나고 싶다구? 왜? 에에에이 그거 다 드라마 속 환상이야. "

"그치만 얘 남자친구 정국... "

"(똥글똥글한 친구 눈망울을 보며 빠르게) 아 정국은 천국에서 왔잖아. 천사지 천사. 사람이 아님."




여우비 

한국에서 이제껏 가장 많이 공연해 본 가요 커버곡은 '여우비'였다. 한국에서는 거의 본 적이 없는데 여기서 제법 자주 만나는 여우비는 왠지 모르게 반갑다. 햇살 틈으로 가늘게 내리는 비가 괜히 따스하다.




웃음 

미소와 웃음은 다르다. 미소는 어쩌면 나도 모르는 새 남들에게 밝고 따뜻한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사회적 가면을 쓰고 내비칠 때도 있다. 하지만 내게 웃음이란 한없이 솔직한 표현이다. 웃음은 사랑이고 즐거움이고 고마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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