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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책 이야기

중쇄 찍는 법

부제 : 잃은 독자를 읽는 독자로 / 박지혜 지음 / 도서출판 유유

by 이가연

p37 원고를 위해 쏟아부은 시간과 그 시간을 통해 농축되는 내 기술은 누군가 가볍게 따라 하거나 벤치마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위안을 얻자.

- 나도 나의 '영국에서 찾은 삶의 멜로디' 책이 이거보단 더 잘 팔릴 줄 알았다. '인디 가수로 살아남기'보다 더 잘 팔릴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 책 한 권에는, 어쩌면 석사 학위와 맞먹는 수준의 기술과 값어치가 담겨있다. 그 어떤 유학생도 쉽게 할 수 없을 거라 자부한다.


p48 '이런 책이 있으면 좋겠다, 저런 저자의 이 같은 테마의 책이 있다면 좋겠다'라고 편집자가 마음속에 상을 그리면 반년 후든 1년 후든 눈앞에 책이 척하고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때 상념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강한 생각을 가져야만 합니다.

- 나는 ADHD의 장점이 잘 부각된 책을 만들고 싶다. 물론 일상에서 어떤 불편함을 겪는지도 서술할 거지만, 그에 준할 정도로 ADHD의 특성이 어떻게 특기와 재능으로 발전할 수도 있는지 쓸 거다. 그게 반년 후가 될지 1년 후가 될지는 모른다.


p62 우리가 원하는 책을 읽을 사람이 없으리라는 디스토피아적 예단을 잠시 멈추고, 만들고 싶은 책을 가만히 떠올려 보자. 그 책 한 권이, 만드는 동안 몰입할 수 있고, 설렐 수 있고, 나온다면 바로 그 독자에게 반드시 감동과 성장을 안기리라는 확신을 품은 그 한 권이 우리의 반항적 성찰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 줄 것이다.

- 생각해 보니 내 책, 한국에 사는 한국어 잘하는 영국인도 읽을 수 있다. 나 같아도, 영국인이 서울에서 음악한 이야기로 에세이를 냈다 하면 사서 읽어보고 싶을 거 같다. 난 그 책을 만들면서 충분히 몰입했고, 설렜다. 그리고 분명 누군가에겐 반드시 감동과 성장을 안기리라는 확신도 있다.


p68 평소 제목을 지을 때 나는 1) 책의 핵심어와 2) 해당 핵심어의 지향점을 3) 최대한 낯설게 조합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 '영국에서 찾은 삶의 멜로디' 제목 지을 때 어려웠다. 가제목은 오랜 시간 동안 '우당탕탕 영국 음대 유학'이었다. 하지만 이 책의 핵심어는 '음대 유학'이 아니라 그냥 '영국'이다. 그래서 '음대 유학'이라는 키워드는 부제에 넣고, 제목에는 '영국'만 담았다. 지향점은 '삶'이란 단어에 있다. 영국에서 단순히 유학한 것이 아니라, 삶을 노래할 줄 알게 되었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p96 나는 대체로 제목안을 작성할 때 매 회차마다 50~100개의 제목안을 정리하려고 노력한다.

- 챗GPT 없이 100개요? 와우.


p99 책은 정보를 전달하는 가장 체계적이고 확실한 매체다. 실제로 많은 연구결과가 SNS상의 텍스트가 종이 인쇄물에 비해 깊이 있는 정보처리 과정을 방해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활자가 고정된 종이책이 뇌가 학습을 할 때 훨씬 기억하기 용이하다는 뜻이다.

- 하물며 나 같은 ADHD는 더 하다. 정보를 얻고자 한다면 챗GPT도 있고 유튜브도 있지 않냐고 하는데,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정보를 능률적으로 습득할까. 결코 책 읽는 사람을 따라갈 수 없다.


p115 떠오르는 책은 잘 팔린 책이 아니라 열심히 만든 책이다.

- 제일 잘 팔린 곡은 '내 잘못이야'다. 압도적인 수치다. 그렇지만 이번 앨범에는 그 어떤 기존 곡과 비교 자체가 불가한 마음이 담겼다.


p116 출판인의 최대 적은 공허다. 사실상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매출이 없는 상황이 아니라 공허해지는 상황이다.

- 예술인의 최대 적도 공허다. 앨범을 내는데 드는 돈은, 해외여행도 다녀올 수 있는 정도인데 그에 비해 수익은 한 달에 몇백 원이다.


p149 멋진 기획을 하고 싶은가? 읽자. 알찬 차례를 구성하고 싶은가? 읽자. 완성도 높은 편집을 하고 싶은가? 읽자.

- 앨범과 마찬가지로 책도 내가 저자면서 편집자, 마케터다. 책을 읽을 때, 내지와 표지 디자인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나도 완성도 높은 편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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