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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책 이야기

매일을 헤엄치는 법

이연 그림 에세이

by 이가연

p32 예술은 질투가 많다. 두 번째로 밀려나는 것을 용서하지 않는다.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하는 사람인데 창작자의 의무를 모른 체하며 살다가 이도 저도 아닌 삶을 형벌로 받은 것이다.

- 나는 음악을 해야 하는 사람이다. 영국 교수님이 하셨던 "Keep making music."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음원을 발매하고 공연하는 일, 나머지는 선택 사항이다. 그게 내 의무였다. 그런데 그걸 두 번째로 미뤄뒀었다. 당장 돈을 벌지 않으면 길거리에 나앉거나 굶는 것도 아닌데.


p104 인간으로서 솔직한 소망을 풀어놓자면 오래 사는 것도 좋지만 오래 기억되고 싶다. 그것이 내게는 더 중요한 일이다. 내게 산다는 의미는 기억된다는 의미다. 그래서 작품을 만든다. 나의 조각을 남기기 위해서, 그리고 그 조각이 사람들 마음속에 남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 내 저작권이 만료된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진다면, 비로소 내가 잘 살았다는 걸 알 수 있는 마지막 관문 통과다. 저작권은 사후 70년까지다.


p117-118 이야기를 이렇게 시작하는 거다. 나는 여름에 태어났으니까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아니라. 여름에서 시작해 가을, 겨울을 지나 봄으로 끝나는 이야기. 큰 안도에 울고 싶은 기분이 든다.

- 여름부터 계절별로 한 곡씩 싱글을 발매하면 어떨까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p133 어쩔 수 없는 일들에 마음 아파하지 않기로 했지만, 세상의 마음 아픈 일 대부분은 보통 다 이렇게 어쩔 수 없는 것들이다. 그래도 너희 나를 좋아했었다고 믿어. 그러면 조금 괜찮... 사실 안 괜찮아.

- '그래도 너희 나를 좋아했었다고 믿어.'라는 문장에서, 이제 곧 영국 가는 지금 가슴이 좀 많이 내려앉는다. 9일부터 12일까지는 소튼에 잡아두었는데, 추가로 7,8일도 예약할지 고민이다. 그 '어쩔 수 없는 일'로부터 여전히 매우 가슴 아파하고 있는데, 그 진원지에 일찍 가는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인가 싶어서.


p140 오늘 일은 너무 다이내믹했으므로 훗날 책으로 엮어 낼 거다.

- 이 생각 나도 참 많이 했다. 그때그때 글 쓰는 건, 제때 밥 먹고 자는 것과 마찬가지로 당연한 일이었다.


p223 그 시절을 지난 후에 내가 얻은 것은 나는 어느 상황에서도 나를 지킬 수 있다는 확신이다. 무엇보다 이걸 젊을 때 해봤다는 것이 의의가 크다. 그게 20대의 특권이라면 특권이다. 지질한 것이 용서된다. 지질함에 세금을 매긴다면 20대는 면세인 셈이다.

- 마지막 문장에 웃음이 난다. 앨범에 사적인 감정 담는 이 지질한 짓도 20대니까 괜찮다. 아니지, 이건 꽤나 의미 있는 짓이다. 훗날 내가 어떻게 평가할지는 모르겠지만.


p264 일주일 만에 구독자가 200명에서 2만 명이 됐다. "갑자기 잘됐을 때 대처 방법" 이런 게 검색해서 나올 리가 없잖아!

- 챗GPT는 알려줄걸. 이 책은 챗GPT 이전에 쓰인 게 확실하군. 새로고침할 때마다 구독자가 느는 건 어떤 기분일까. 최근 나도 일주일 만에 구독자가 200명 가까이 늘어서 공감이 된다. 갑자기 빠져나갈까 봐 새로 영상 하나 올리기도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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