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갑자기 미국인 같이 말한다."
아. 그럼 그렇지. 나도 말하면서 느꼈다. 이거 경상도 사람이 서울 살고 고향 내려온 느낌이랑 그냥 똑같다.
친구 얼굴 보자마자 너무 반가워서 달려가 안았다. 그러곤 펍에 들어가 피시 앤 칩스와 파스타, 좋아하던 애플 사이다 시켜 먹었다. 금세 천국이 형성됐다.
(Cider는 탄산음료가 아니라 알코올 4.5%의 맥주다.)
영국 가면 제대로 못 먹을까 걱정했는데, 생각해 보니 정확히 뭘 먹어야 할지 잘 안다. 오히려 유럽의 다른 나라 가면 몰라서 잘 못 먹는다. 물론 맥주 한 잔 포함해서 한 끼에 5만 원 가까이 들었지만 그만큼 배부르게 행복하게 잘 먹었다. 일주일만 있는 거면 먹을 거 문제없다. 맨날 같은 거만 먹을 수 없으니 그 이후가 문제인 거다.
친구 보자마자 내 책을 전해줬다. 친구랑 같이 찍은 사진들이 책에 실렸기 때문이다. 책 앞부분에 짧게 노트도 적어서 줬다. 친구가 마음에 들어 하는 거 같아서 좋았다. 국제 학생도 아니고, 교수도 아니고, 음악인도 아니니 친한 친구라 해도 인터뷰를 수록하지는 않았다. 생각해 보니 그렇게 겹치는 부분이 없는데 이렇게 인생 친구가 된 것도 기적이다. 정말 어떻게 친해졌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아 놔. 너 here 어떻게 발음하니. 나 진짜 미국인이네 이제." 만나서 한 30분은 이런 과정을 거치곤, 1시간쯤 지나니 친구도 "너 이제 다시 발음 돌아왔다."라고 했다. ADHD 만세. 금방금방 흡수한다. 그래서 ADHD인은 주변 사람 잘 둬야 한다고, 무의식적으로든 의식적으로든 잘 흡수한다고 말하며 웃었다.
펍에서 나와 잠깐 바닷가에서 사진 찍기도 했다. 그러려고 원피스 입고 나왔다. 추웠다...
저녁 6시 반에 만났는데, 세상에 친구 막차가 9시였다. 그것도 모르고 펍에서 나와서 내 호텔방으로 같이 들어왔는데, 지금 안 나가면 막차 놓쳐서 급히 친구를 보냈다. 사실 나도 점점 이제 피곤해서 혼자 쉬고 싶긴 했다. 계속 미국말로 말하는 거 같아서 영국말로 말하려고 신경 썼더니 무슨 뇌 스트레칭하는 듯 머리가 지끈거렸다.
돌아온 영국에서의 첫날, 도파민 폭주의 날이었다. 역시 나는 마음만은 영국인이로구나, 앞으로 유럽 다른 나라 갈 필요 없이 그냥 영국만 오면 된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