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도파민 폭주 중

by 이가연

무슨 5시도 전에 일어나서 아침 6시 20분에 버스를 타고 다른 도시로 이동했다. 역시 영국이다. 도파민이 미쳐 날뛰는 상태라 뇌가 잠을 오래 안 재운다.

일어나서 구글맵을 보면서 어느 도시로 갈까 고민했다. 영국 오면 일어나는 일이다. 전날 밤이나 당일 아침에 어느 도시 갈지를 정한다. 다른 나라 같으면 최소한 도시와 주요 관광지는 정하고 온다.

분명 이른 아침인데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5월이라 그렇다. 역시 유럽 여행은 여름에 와야 한다. 그런데 5월임에도 버스 좌석에 히터가 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역시 호텔에서도 춥더라니. 친구가 지난주에 왔으면 더웠을 텐데 이상하다고 운이 나쁘다고 했다. 아니다. 나는 여기 있는 거만으로도 운이 좋다.

이동하면서 타이틀곡 최종본 들으며 수정 요청할 사항 정리하는데 심장이 쥐어짜지는 느낌이 들긴 했다. 누가 내 심장 가지고 악력 측정하나. 그건 영국이라서가 아니라, 서울에서도 노래 모니터링할 때마다 그랬다. 물론 영국이라서 한 120% 아파지긴 했다. 그건 각오한 사항이다.


바닷가에 앉아서 샌드위치를 먹는데 한 할아버지가 굿모닝 하고 지나가셔서 좋았다. 그다음에는 갑자기 강아지가 나에게 왔는데 샌드위치를 탐내는 모습을 보여서 강아지 주인이던 남자가 쏘리 쏘리 하며 서로 웃었다. 이게 내가 해외 살고 싶은 이유다. 이런 게 없는 게 한국에 살기 힘든 이유 중 하나다. 눈 마주치면 웃는 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굿모닝 하는 거.

영국 아주머니들의 따뜻함이 좋다. 말 끝마다 달링, 디어 같은 단어가 붙는 게 좋고, 말 끝마다 땡큐가 붙는 내 모습을 보기도 좋다.

이스트본에서 사우스햄튼까지는 3시간이 걸린다. 어차피 중간에 브라이튼에서 갈아타야 하기 때문에 내려서 구경하기로 했다. 씨포드에서 한 번 내려서 맛나게 풀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먹고 브라이튼에서도 내렸다.

브라이튼에 내려서는 역시 제법 큰 도시임을 실감했다. 씨포드 기차역은 정말 간이역이었기 때문이다. 브라이튼에 도착했을 땐 10시가 다 되어, 사람이 제법 있었다. 역시 바닷가는 날씨 좋을 때 와야 한다. 브라이튼이 이번에만 3번째였는데 처음엔 날씨가 좋아서 도착하자마자 환상이라고 했고, 지난 12월엔 날이 흐려서 아쉬웠다.


서점 갔다가 바다 구경했다. 서점에서 뭐 좀 보다보니 한 시간을 있었다. 각 도시마다 항상 워터스톤즈 서점에 들린다. 어느 도시든 워터스톤즈에 들어갈 때마다 느껴지는 분위기가 편안하고 반갑다.

브라이튼에서 사우스햄튼까지는 기차만 1시간 50분이다. 보통 때 같았으면 길다고 생각했을 텐데, 파일 계속 들으며 수정 사항 체크하고 창밖의 풍경 감상하고 서점에서 산 영국 남부 여행 책 보느라 바쁘게 흘러갔다.

이제 곧 마음의 고향 소튼 도착한다. 영국에 딱 비행기가 착륙할 때는 심장이 벅차오르는 거라면, 사우스햄튼 센트럴 기차역 도착을 앞두고는 솔직히 부서져내리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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