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만에 영국 발음은 원래대로 회복했다. 7.5개월 살았는데 발음에서 이 정도 영국이 묻어나는 사람은 없을 거란 자부심이 있다. 음악학부 동기를 한 명을 제외하고 한국인 친구들 다 끊기고, '왜 이래. 한국인 싫어서 온 거잖아.' 하면서 얻은 발음이다. 나를 버린 사람들은 절대로, 나처럼 영국인 절친이 있거나 영국 발음을 얻지 못했을 걸 알아서 더 이가 악 물리는 게 있다. 상처로 인해 음악적 성장 말고도 얻은 게 많다는 걸 끊임없이 확인해야 살만 하다.
커리어 상담 끝나고는 바로 시내로 이동해서 12시 반 수업에 들어갔다. 내가 강의실 앞에서 기웃거리자, 한 중국인 친구가 "너.. 가연?"하며 인사하길래, 며칠 전부터 연락하던 친구임을 알았다.
다 같이 노래 부르고 힐링하는 수업이었다. 노래 선곡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첫 노래부터 도대체 저게 어느 나라 언어일까 싶었고, 중국 노래, 아랍 노래도 불렀다. 수업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절반이 중국인, 절반은 인종이 다양하게 섞여있었다.
1시간 반의 수업 시간 동안 5곡은 같이 불렀다. 전부 내가 한 번만 들으면 바로 따라부를 수 있을 정도로, 가사도 멜로디도 쉽고 짧은 곡들이었다. 마치 한국으로치면 '아리랑' 느낌이다.
이 수업 참관할 수 있도록 연결해준 교수가 '커뮤니티 뮤직' 강자이시다. 그렇게 누구나 따라부를 수 있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음악 시간 참 좋다. 평소에는 작정하고 스트레스 풀기 위해서 지르는 게 아닌 이상 노래를 마음껏 편하게 부르지는 못한다.
그런데 오늘 이 시간에는 잘 부르겠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들었다. 다 같이 그냥 즐기는 시간이었다. 내가 언제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노래를 부르겠는가. 특히 아랍 노래는 그 특유의 발음이 재미있었다. 학창 시절 음악 시간에 '아리랑'을 부르면서 특별히 잘 부르려고 노력하지 않았듯, 마찬가지였다.
작년 2학기 학교 다닐 때, 'Taking The Lead' 수업도 떠올랐다. 그 수업이 바로 이렇게 단체 음악 수업 티칭하는 법을 배우는 거였다. 앞에 나와서 30명이 넘는 같은 반 학생들 7분 동안 합창 지도했다.
합창하고 친한 편이 아니었는데, 오늘 이렇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보고 앞으로도 좀 더 커뮤니티 뮤직에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리어 상담도, 청강한 수업도, 내 시야를 넓혀줬다. 그걸 기대하고 오늘 일정들을 잡았는데 다행이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