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드허스트에서 돌아와서는 메이플라워 파크도 가서 선셋 구경했다. 원래 친구랑 펍 가려고 했는데 영국 기차가 늘 그렇듯, 친구 기차 편 마련이 어려워져서 못 만났다. 돌아가는 막차가 10시 20분인데, 소튼에 8시는 되어야 도착하게 생겼다고 했기 때문이다. 오는데 거의 2시간 걸리는 친구다. 나도 미안해서 중간 지점에서 만나고 싶었는데, 도저히. 도저히 해 지고 기차역에서 다시는 혼자 못 걷겠다.
아쉬운 마음에 혼자라도 펍 가려고 기웃거리다가 그냥 호텔 들어가서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아직 해가 완전히 진 것도 아닌데 아쉬웠다. 호텔 들어가기 2분 전, 갑자기 저쪽에서 음악 소리가 들렸다. 이건 어디서 음악 틀어놓은 게 아니라 라이브 연주다! 하는 생각이 들어 발걸음을 돌렸다.
매우 잘한 선택이었다. 도착하자마자 밴드가 내가 좋아하는 곡을 연주했다. 오늘 영국 기념일이라 교회에서 행사를 하는 듯 보였다. 내가 관악기는 잘 모르지만 그냥 들어도 아마추어 연주팀 같았지만 그 매력이 있었다.
도대체 매일매일 이 정도 양의 일기를 어떻게 뽑아내고 있는지 모르겠다. 기차를 안 타서 더욱 어려웠다. 버스에선 멀미해서 글을 제대로 쓸 수가 없다. 아침 8시부터 저녁 9시까지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밤 되어서 중간중간 메모장에 적었던 내용을 정리했다. 오후 2시고 5시고 8시고 계속 졸린 거 참아서 당장 자고 싶은데도 그랬다.
어떻게든 지속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밀리면 끝장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억이 휘발되는 게 싫다. 사진과 영상으로 부족하다.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기록하지 않으면 금방 잊는다. 최대한 부정적인 내용은 기록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부정적인 걸 오래 기억할 필요는 없으니까.
영국 오니까 낮에는 떠오르는 생각을 짧게 적어둘 여유만 있다. 밤에 한꺼번에 쓰면 힘들기 때문에 그때그때 많이 적어두려 한다.
영국 남부 여행기도 책으로 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은 '런던 말고 영국'이 떠올랐다. 런던에 대한 책은 너무 많다. 바스, 윈체스터, 본머스 등 제법 영국 남부에 익숙해지고 있다.
2023년 9월부터 지금까지 방문한 도시와 횟수다. 전부 남부다. 런던 윗동네는 다음에 기회가 있을 거다.
런던 11 (내일 12)
본머스 7
윈체스터 4
바스 3
브라이튼 3
린드허스트 3
세븐시스터즈 2
아일 오브 와이트 (내일모레 2)
브로큰허스트
브리스톨
이스트본
씨포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