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작년 6월에 그리 떠난 게 이해가 됐다. 뭔가 여행이 마음에 안 들어서가 아니다. 그냥 시내에 벤치에 앉아있다가 느꼈다. 학교 수업도 다 끝나고, 졸업 공연도 어차피 온라인으로 제출하면 되지 않나 싶었을 거다. 안 그래도 한국과 영국에 살면 장단점을 정리하던 때, 하필 딱 너무 아픈데 병원도 못 갔다면 충분히 그럴만했다. 그때 그렇게 떠난 거 정말 많이 자책했다. 진짜 스스로에게 너무할 정도로.
이 도시에 더 있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을 만하다. 작년 12월에도 이런 생각을 했던가, 모르겠다. 다시금 제대로 느꼈으면 됐다. 이렇게 자신에게 좀 더 너그러워지면 좋겠다. 주변에서 아무도 뭐라 안 했는데 혼자 채찍질했던 게 불쌍하다.
그냥 내가 걔를 그 정도로 그리워해서 미쳐버릴 거라고 예측만 못 했을 뿐이다. 그 도시에 살기만 하면, 9월 초까지는 미치지 않고 보낼 수 있었을 텐데 그거 하나 몰랐다. 같은 도시에 있던 게 당연했으니 내가 그걸 잃었을 때 올 타격을 몰랐을 수도 있지.
비행기 미루고 싶어서 아시아나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다른 도시가 정말 가보고 싶은 거라면 연장할만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안 가본 도시라면 그다지 간절하지 않았던 거고, 그저 사우스햄튼에서 더 어슬렁거리면서 마음 찌릿찌릿한 게 하고 싶어서 돈 백만 원 들이고 싶은 거면 그건 안 하기로 했다. 이 말, 언제 한 번 했던 거 같은데.
아침 먹고 기차역까지 걸으면서 밤새 한국에서 온 '있지' 음원 파일 모니터링을 했다. '와 이거 눈물 날 거 같은데 그만 들을까' 싶었는데 그냥 들었다.
며칠 사우스햄튼 지내면서, 도시 자체는 안 괴롭단 걸 깨달았다. 그냥 내가 살던 데다. 처음 도착했을 때 '미친... 날 죽여라.' 싶었던 건 파일 모니터링하던 중이어서다. 그 노래 들으면서는 광화문이든 강남역이든 도쿄를 가든 시드니를 가든 똑같을 거다.
오기 전에는 '앨범 유통사에 다 넘기고 왔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생각했다. 그것도 운명이다. 하필 타이틀곡과 있지, 두 곡 남은 채로 영국에 도착했는데 그 두 곡이 제일 미친다.
덕분에 영국에서 쓰기도 하고, 최종 완성했다는 기억도 담기게 됐다. 특히 타이틀곡은, 학교 연습실에서 딱 완성하고는 '내가 아직도 얘 때문에 곡이 나오다니. 가사는 또 왜 이래. 이게 내 무의식이냐. 환장하겠네. 나 이런 식으로 무의식 확인하는 거 정말 힘들다.'이랬던 기억이 있다.
오픈마이크는 영국에 2주는 있어야 할 수 있을 거 같다. 펍에서 보통 저녁 8시나 8시 반에 시작한다. 그때 되면, 준비된 체력의 90%가 소진되어 있다. 하려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거의 못 돌아다니고 체력 아껴둬야 한다.
런던 가는 기차 안에서 드디어 글을 제대로 쓰고 있다. 어제는 기차를 안 타고 밤까지 친구도 만나서 글 쓸 시간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