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튼에 있을 땐, 무슨 유적지 탐방 같았다. 아무도 없고 다 떠난, 이제 그냥 다 과거로 남은 곳. 졸업식 때랑 달랐다.
런던보다 파리가 더 예쁘다. 파리도 날씨가 참 좋았다.
아침에 스냅 찍었는데, 분명 1시간 세션인데 45분 만에 끝나고, 중간중간 확인했을 때 잘 나온 게 하나도 없었어서 불안 불안하다. 분명 23년 12월에도 같이 찍은 사진사인데 이번엔 왜 그랬지...
한국에서 파리는 몽마르트르 하나 기대하고 왔다. 계단을 엄청 올라서 예전에 처음으로 달팽이를 먹어봤던 카페에 갔다. 똑같이 시켜 먹었다. 이젠 달팽이 먹는데 아주 능숙해졌다. 전에는 유튜브 브이로그 채널에 달팽이 먹방도 찍어 올렸었다. 걔가 막 혼자 주절주절 뭐 하는 거냐고 뭐라 했었는데. 이제와 생각해 보면 그때 혼자 파리 왔을 때부터 나를 멀리 하려고 했던 거 같아서, 파리 와도 마음이 안 좋다.
발바닥이 찢어질 무렵, 서울랜드 코끼리 열차 같은 거 하나 발견했다. 준비된 발바닥을 진작 다 소진했다.
근처에 한국말 들려서 사진 찍어달라고 했다. 역시 2030 한국인 여자라면 셔터 몇 번 안 눌러도 사진을 건진다. 나랑 나이 차이도 별로 안 나보이는데 부부라 해서 놀랐다. 벌써 내가 그런 나이인가.
앨범 준비하는 와중에 소튼을 오게 된 건, 예상했던 대로 타이밍이 참 묘했다. 8월, 12월, 5월 영국 갈 때마다 이게 상처를 메꾸는 건지, 후벼 파는 건지 모르겠다.
몽마르트르를 나와서는 어디 갈까 고민하다가 개선문 가서 샹젤리제 거리 가려고 했다. 근데 개선문 역에서 딱 나오자마자 빅 버스가 보이길래 그냥 그거 티켓 끊고 탔다. 이제는 가만 앉아있어도 발이 너무 아팠다. 어제까지만 해도 안 이랬는데, 영국 효과였나 보다.
경유지 중에 볼 게 제일 많은데 제일 적은 시간 체류했다. 작년 졸업식 때나 이번에나 영국만 가고 싶었는데 마일리지 항공권 때문에 끼게 된 도시들이 내게 경유지다. 작년엔 로마와 바르셀로나, 이번엔 프라하와 파리였다. 로마와 프라하는 줄였어야 됐고, 파리는 늘렸어야 됐다.
파리 같은 도시도 다음번엔 혼자 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랑스, 이태리, 스페인과 같이 유럽 도시들 다 너무 아름답고 로맨틱하다. 딱 일본이나 영국은 혼자 다녀도 좋다. 점쟁이가 일본하고 영국만 맞다고 한 말이 신빙성이 있는 게, 진짜로 그 두 나라 갔을 때가 다르다.
이제 내일 저녁이면 한국행 비행기를 탄다. 밤 비행기라 조금이라도 잘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