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내내 음원 파일 확인했다. 영국에서 끝날 줄 알았는데, 내가 보기엔 거기서는 감상에 젖어서 꼼꼼하게 못 들었다. 파리 와서도 계속 수정 요청해야 했다.
멜로디는 작곡가 영역인데, 믹싱 엔지니어가 음정을 본인이 이게 좋을 거 같다고 몇 군데 수정해서 보냈다. 그건 튠한 게 아니라 멜로디를 바꾼 게 아닌가. 그러니 들으며 내가 이 음을 이렇게 부르지 않았는데 "에?"했다. 처음엔 내가 음정을 얼마나 플랫되게 불렀으면 그랬나 싶었는데 내 잘못이 아니었다.
파리에 도착하니 이제는 발도 너무 쓰라리고 아파서, 호텔에 몇시간을 누워있어도 아팠다. 전혀 안 걸었어도 아침에 일어나는 순간부터 아파서 못 걷겠다. 그런데 음원은 완성이 안 되니 되게 스트레스 받았다. 원래는 수정 요청할 때마다 좀 미안했는데, 열두번 넘어가고 여행 중에 계속 이래야하니 처음부터 똑바로 해줄 것이지 싶었다.
그랬으면 처음부터 비싼 곳에 맡겼어야한다. 그전에 9번의 싱글에서는 한 번도 믹싱에서 수정 요청해본 적이 없다. 원래 그렇게 한 번에 통과시키던 나였다. 늘 지금의 최소 3배 되는 가격이었다. 지금까지와 다르게 알아서 해주던 영역까지 내가 계속 말해야했다.
내가 왜 그 동안 마음이 남아있는 상대를 대상으로 노래는 발매 안한다고 했는지도 매 순간순간 느꼈다. 아티스트가 흔들리면 옆에서 잡아줄 사람이라도 있어야하는데, 웬걸 내가 프로듀서다.
지난 '그런 너라도' 싱글만 봐도 음원이 마음에 안 들면 그때 냈으면 안 됐다. 빨리 내고싶던 이유가 구리다. 결국 이번 앨범에 재녹음으로 실리게 됐다. 같은 곡을 이렇게 두 번 내게 된 건 처음이다.
이 가격에 제작할 수 있었으면 진작 작년에도 낼 수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작년에 했으면 멘탈 다 털렸다. 지금도 다 털려서 아마 중단했을 거 같다. 지금도 이 정도인데 작년은 이성적인 판단 자체가 안 됐을 것이다.
작년에 낼 수 있었는데 > 감정 소모 지금보다 스무배. 마음이 힘들어서 중도 포기했을 가능성 있음.
괜히 4월에 퀄리티 불만족하게 냄 > 학생들에게 교육 자료. 녹음실과 믹싱의 중요성 제대로 깨우침
미니 앨범도 5월에 급하게 냄 > 6월부터는 다른 거 하고 싶은가보지. 책 개정판도 낸다며.
일어난 일에는 다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