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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

by 이가연

나 일본 워홀 박람회 다녀왔다.
나 베트남에서 일하려고 면접 보러 간다.
나 홍콩에도 이력서 넣었어.
나 이제 영국 박사 과정 장학금 원서 쓰려고.

지난 한 달 안에 한 말이다. 이 쯤 되면 사람들이 물을 수 있다. 도대체 하고싶은 게 뭐니?


한국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돌아왔습니다. 한국에서 유명해지고 싶습니다.



사람 사귈 수 있는 모임 공고나, 잡코리아를 쳐다만 봐도 토 나온다. 번아웃 온 거 아니냐 싶어서 몇 달을 쉬었는데, 고작 몇 달 쉰다고 회복되는 지침이 아닌 거 같다. 한국과 한국인에 회복할 수 없이 진절난 거 같다.

한국 어른들 상대로 말을 하든 돈을 벌든 할 생각을 하면 아직도 암담하다. 대화도 못 하겠는데 어떻게 돈을 버나. 애기들하고만 일하고 싶다. ADHD 뇌 나이가 아직 갓 성인이니 이젠 내 스스로가 이해 된다.

'내가 언제 유명해질지 안다면 참 좋을텐데' 라고 생각했다. 내가 원하는 인생은, 1-2년 안에 유명해지고 점점 인기가 시들해지는 한 30대 중후반에 해외 박사하러 가는 거였다.

인생이 어떻게 내가 설계하는대로 되나. 그랬으면 나는 반수, 휴학, 편입도 안 했어야 된다. 영국도 진작 갔어야 된다. 내가 원하는 시기에 딱딱 맞아떨어진 적이 없다. 그렇지만 결국 보컬로 석사를 땄다. 늦어졌어도 이뤘다. 그게 중요하다.


외국인은 대화하는 게 즐겁다. 또한, 남들은 글 쓰는 거 힘들어하지만, 나는 앞으로 책 열 권은 더 쓸 수 있다. 비록 석사 때 논문을 쓴 게 아니어서 조금 걱정이 되긴 하지만, 결국 책 읽고 글 쓰는 거 아닌가. 음악 전공이기 때문에, 실기 기반 박사 과정이기도 하다.


하루하루 그렇게, 가슴 뛰며 사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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