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거절의 메세지가 와서 실험해봤다. 차단한 사람으로부터 온 기프티콘은 잠금 해제를 눌러야 어떤 메세지가 왔는지 볼 수 있었다. 몰랐다. 놀랐다.
6개월 만에 보낸 거였다. 올해 영국 책 냈을 때, 4월에 곡 냈을 때와 같을 땐 정말 이번 앨범 발매 때 보내야한다며 참느라 죽을 거 같았다. 그렇게 앨범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서, 앨범이 나온 뒤에도 아무 때나 보낼 정신이 되질 않으니, 가장 정신이 팔려있는 때인 여수 오디션 현장에서 보냈다. 침대에 뒹굴거리는 상태에서는 심장 떨려서 못 보내니, 오디션장은 이미 정신을 똑바로 붙들어매야하는 최적의 장소였다.
메세지는 진작에 3월부터 메모장에 쓰고 수시로 고쳤다. 글자수 100자를 꽉 채웠다. 무슨 기프티콘 메세지 보내는데 네이버 글자수 검사기를 계속 썼다. 일주일 전에 보냈는데 아직도 거의 외우고 있다.
6개월 동안 보내고싶은 걸 참느라 죽을 거 같았다는 건, 어쩌면 마약 중독자가 마약을 참느라 겪을 고통과
비슷하게 생각 된다. 보통 사람들은 잘 이해하지 못하고, 당연히 앞으로 정상적으로 살려면 겪고 나와야 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고통스럽든, 처음부터 마약은 하면 안 되는 일이다. 마약 중독자가 마약을 참느라 자기 손을 물어 뜯어 피가 났든, 제3자 입장에서 보면 어쩔 수 없는 그 과정을 잘 겪고 잘 살아가길 바라게 된다.
다른 사람들도 내가 그렇게 보일까. 근데 나는 마약 중독자가 겪은 그 6개월의 과정을 알지도 못하면서 6개월 만에 마약을 다시 했다고 질타하는 사람은 말 섞기 싫다. 그리고 일단 자기 손을 물어 뜯어 피가 났으면, 피부터 닦아야 한다. (분명 이런 비슷한 일 있으면 진통제 먹겠다고 글을 썼었다. 좀만 머리 아파도 애드빌 먹으면서.)
차단한 사람의 안 볼 권리가 중요하니까 카톡의 정책은 이해한다. 내 앨범을 들을 사람이었으면, 그런거 안 보내도 찾아서 들었어야하는 거 다 안다. 그래도 난 여태 일주일 동안 고민하고 거절 버튼이 눌린 줄 알았는데. 지난 번도 이번도 그냥 무시였다.
어릴 때부터 너무 똑똑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지금도 내가 지능으로치면 상위 5%에 든다고 생각하고 산다. 그게 나의 '전혀 안 똑똑한' 모습을 감당할 수 없게 하는 거 같다. 이럴 때면, 더욱 내가 차라리 공부를 못 하는, 혹은 머리가 나쁜 ADHD였으면 '난 원래 이러니까'하는 마음으로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았을까싶다.
의사 선생님이 남들이 1로 느낄 거, 나는 100으로 느낀다고 하셨다. 내가 생각해도 일반 사람들이 이렇게 느끼고는 못 살아갈 거 같다. 오빠도 거듭 본인이었으면 이미 못 일어났다고 내가 어떻게 버티고 사는지 철인이라고 했다.
앞으로 누가 나보고 멘탈 약하다고 하면 더더욱 어이가 없을 거 같다. 내가 남들보다 100배로 느끼고 살아간다는 것도 모르고.
그래 강철 멘탈, 신곡 준비나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