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발매 그 이후

by 이가연

아직, 너를 (Inst.)를 듣다가 씁쓸한 미소가 지어졌다. 역시 예상대로 이 곡에는 지난 5월의 영국이 묻었다. (어떤 노래를 들을 때 특정 사람, 장소, 시기가 생각나는 경우 '묻었다'고 표현하곤 한다.)


질려서 발매 직후에는 안 듣다가, 나름 오랜만에 듣게 되었다. 이 노래를 들으면 딱 '아직, 너를' 비공식 뮤비가 진하게 떠오른다. 정확히는 어떤 마음으로 소튼에서 친구랑 그렇게 영상 찍고. 어떤 기대감을 안고 앨범 준비를 했는지가 생각난다. 지난 5월의 시간이 참 아름답게 간직되는 느낌이다. 또한 밴드 편곡을 듣고 있노라면, 누군가의 마음에 드는 음악을 만드려고 생난리블루스를 친 게 떠오르며 이제는 좀 웃음이 난다.


검토를 많이 한다고 해서 나아지는 게 아니란 걸 깨달았다. 그 대표적인 예시가 앨범 재킷이다. 채도를 너무 높였다. 볼 때마다 거슬린다.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한국 미대 입시에서, 심사위원들 눈에 띄기 위해서 채도를 높이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 사람들은 내 노래를 듣기 전에, 앨범 재킷을 보고 선택하게 된다. 색깔이 쨍쨍하면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이 있는데, 내 속에 내가 너무 많아도 마찬가지다. 그냥 처음 생각한 게 제일 나을 수도 있다.


(Inst.)를 포함하여 총 7곡 중, 어느 곡 하나 소중하지 않은 곡이 없다. 신기할 정도로 똑같이 좋다. 각 곡마다 담긴 기억이 다르다. '그런 너라도'는 작년 8월의 기억이 많이 묻어 있어서 속이 보글보글, 몽글몽글, 저릿저릿 거리는 데 견딜만하다.


오래간만에 내 노래를 들었을 뿐인데, 영국 가고 싶어서 기절하겠다. 듣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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