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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가연 Nov 14. 2023

자기 오픈

나는 자기 오픈 속도가 빠르.


때론 그런 내 모습에 몇몇 사람들은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다. 안 친해지면 그만이다.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면 가끔만 대화하며 말수를 줄일 수밖에 없기에 어차피 친해지기 어렵다. 상대방이 속으로 '왜 저런 얘기까지 하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발상도 잘 못한다. 더 크게 상처받기 전에 포기하는 법을 배웠다.


한 친구는 나를 보며 '스스로에게 이렇게 솔직해도 되는 거구나' 느꼈다며 내가 부러웠다고 했다. 일상 속 어쩌면 스쳐 지나가게 둘 수도 있는 사소한 감정들까지 친구에게 다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친구 앞에서 때론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듯 말하면서 감정 기복의 끝판왕을, 또 참 투명하고 각양각색의 모습을 보였다. 언니는 시간을 두고 오래 알수록 매력이 더 드러난다며 칭찬해 줬는데 이 친구랑 안지 이제 한 달 좀 넘었다. 그런데 이미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가 통하는 사이가 되었다.


거의 모든 감정과 생각을 스스럼없이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가 둘이나 생겼다. 당연히 처음부터 그렇게 된 것은 아니다. 한 오빠는 언제 그 벽이 처음 허물어졌는지 정확한 순간이 기억난다. 거의 딱 한 달 전, 도저히 다른 누군가에게는 말할 수 없는 이야기가 하고 싶은데, 왠지 모르게 믿음이 가서 고민 끝에 걸었던 전화 한 통으로 지금까지 이어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런 얘기를 할 사이가 될까' 싶은 거리감이 너무나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을 넘은 거다. 만일 그 절박했던 밤에 그 전화를 받지 않았더라면, 아니면 아직 이런 얘기할 사이가 아니라고 내가 계속 거리를 지켰더라면, 내 최근 한 달은 너무나 많이 달라졌을 거다. 지난 한 달 동안의 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선택이었다.  사람에게 말할 수 없는 얘기는 거의 하나도 없을 것 같다.


다른 동생은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서로가 서로 같은 친구는 처음이었다. 처음 봤을 때부터 서로 '이 친구와 나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르다. 과연 친해질 수 있을까.' 하는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다르기 때문에 서로를 신기해했고 좋아했다. '어떻게 해야 되나'라는 고민을 참 많이 했으나 그냥 솔직하게 털어놓는 게 제일이라는 생각으로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었다. 이 과정에 있어도 수많은 선택이 있었다. 아무리 자기 오픈이 비교적 쉬운 나라고 한들, 털어놓은 진심 속엔 결코 쉽지 않은 이야기들로 가득했다. 그러나 '이 얘기를 해도 될까'라는 고민은 하루가 다르게 빠른 속도로 사라졌고 결국 이제는 혼자서 불필요한 걱정 없이 편안하다. 친구는 원래 그동안 전화를 별로 즐겨하지 않았었다고 했는데 내가 혼자 알아서 버라이어티 하게 떠드니 좋다고 했다. 나도 원래 전화를 잘 걸기 어려워하고 행여 귀찮을까 신호가 몇 번 가기도 전에 끊는 사람이었는데 이 두 사람은 나와 이야기하는 것을 재밌어한다는 믿음이 있기에 더 이상 불안하지 않다.


솔직하게 자신을 노출할 수 있는 건 예술가에게 필수적인 자질이다. '내가 이렇게 잘났다'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사람들은 쉽게 공감하지 않는다. 일상의 희로애락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수록 사람들은 나의 이야기에, 음악에 공감하고 위로도 받을 수 있다. 


때론 당황스럽기도, 놀라기도, 안타깝기도 했을 텐데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주는 친구들에게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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