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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책 이야기

창조적 행위 : 존재의 방식 (1)

릭 루빈 / 정지현 옮김 / 코쿤북스

by 이가연

책 서두에 담긴 문장부터 마음에 쏙 들었다.

'예술을 만드는 것 자체가 아니라 예술을 만들 수밖에 없는 멋진 상태에 놓이는 것을 목표로 삼아라.'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음악으로 밖에 못 전한다는 게, 나는 많은 시간 참 슬펐다. 하지만 그 '만들 수밖에 없는 상태'는 충분히 멋진 거였다.



p15 예술가로 산다는 것은 세상에 존재하는 한 방식이다. 좀 더 미묘한 음을 알아차리기 위해 감각을 연마하는 것이다. 나를 잡아당기고 밀어내는 것을 찾는 것이다. 어떤 감정이 샘솟고 또 어디로 이어지는지 알아차리는 것이다. 이렇듯 적절한 선택이 계속해서 이어질 때, 당신의 삶 전체가 자기 표현이 된다.

- 올해 들어 내 삶 자체가 참 예술이란 생각을 했다. 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에 더욱 귀 기울이게 되었다.


p19 많은 위대한 예술가가 처음에는 예술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지키기 위해 예리한 감각을 발달시킨다. 그들에게는 세상 모든 것이 더 아프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예술가는 모든 것을 남보다 더 강렬하게 느낀다.

- '자신을 지키기 위해'라는 구절이 와닿는다. 나를 지키기 위해 예술을 하기 때문이다. 아프고 강렬해서 몸부림치다가 생겨난 작품들이다.


p35 영적인 요소가 없으면 예술가는 치명적인 단점을 안고 작업하는 것과 같다. 영적인 세계는 과학의 영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경이로움과 개방성의 감각을 제공한다.

- 역시 예술가는 영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마련이다. 이번 앨범에서, 1분 49초였던 곡이 1분 50초로, 3분 2초였던 곡이 3분 3초로 올라갔다. 수비학적으로 둘 다 5에서 6이 된 셈이다. 5가 연애면 6은 결혼이다. 5가 변화와 모험이면 6은 안정과 헌신이다. 이마저도 우주가 주는 메시지처럼 느껴졌다.


p80 예술을 만들 때 당신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 현재는 물론 과거와도 끊임없이 대화를 나눈다. 그 토론에 유심히 귀 기울일수록 작품에도 이롭다.

- 회사도 없고 조언해 줄 사람도 없으니,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내가 진심으로 뭘 원하는지 생각하면 답이 나왔다. 그 '과거와도 끊임없는 대화' 때문에 많이 슬프기도 했지만, 덕분에 좋은 앨범이 나왔다.


p108 이러한 어린이 같은 초능력에는 (중략) 망설이지 않고 파격적일 정도로 솔직한 것, 특정한 이야기에 집착하지 않고 이 감정에서 저 감정으로 자유롭게 이동하는 능력이 포함된다. (중략) 역사적으로 위대한 예술가들은 이 아이 같은 열정과 활력을 자연스럽게 간직하는 사람들이다.

-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번 느꼈지만, 저자는 ADHD임이 틀림없고, 대다수의 예술인이 ADHD일 거 같다.


p116 존 레논은 노래를 작곡하기 시작했으면 그 자리에서 끝까지 쓰라고 조언했다. 초기의 영감에는 당신을 작업의 끝까지 끌고 갈 수 있는 에너지가 있다.

- 완전 공감한다. 후렴만 불러둔 녹음 파일은 대체로 다 삭제된다. 처음엔 후렴부터 떠올랐다고 하더라도, 곧이어 벌스부터 후렴까지 1절을 불러두어야, 나중에 피아노 앞에 앉아서 그걸 노트에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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