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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꿈에 나오는 걸까

by 이가연

왜 자꾸 중학교 동창이 꿈에 나올까. 이유를 알고 싶다. 꿈을 자주 꾸는 편도 아니다. 어쩌다 꿈에 연예인이 등장해도 한 번일 뿐이다. 도대체 왜 특별히 친하지도 않았던 이 친구는 일 년에 대략 세 번씩 몇 년째 꿈에 등장하는 걸까.


중학교 1, 2학년 때 같은 반이었다. 특별히 학교 끝나고 연락하는 사이는 아니었는데, 반에 있을 때 나에게 장난을 많이 쳤다. 그게 관심 표현이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이제야 들긴 한다. 하지만 나는 초등학교 고학년 내내, 남자 애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건 결코 관심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명백히 전부 학교 폭력이었다. 그러니 나는 이미 남자 애들이라면 지긋지긋한 채로 중학교에 입학했다.


근데 이 친구는 장난은 많이 쳐도, 내가 진심으로 싫어하면 안 하지 않았나 싶다. 예를 들어, 시험 기간에는 번호 순대로 책상 배열을 바꾸는데, 성에 똑같이 ㅇ이 들어가서 앞 뒤로 앉았다. 가뜩이나 지금 시험 보는 기간인데, 쉬는 시간에 자꾸 장난쳐서 너무 열받아서 걔 책상 위에 있던 시험지를 다 찢어버렸다. 그랬더니 "어차피 다 본 거야. 마음껏 찢어." 하며 별 일 아니라는 듯 굴었다. 사실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그 정도랄까. 그래서 내가 씩씩대면서도 마음이 풀렸던 거 같다. 진심으로 괴롭히던 초등학교 때 남자애들은 내가 그렇게 시험지를 찢었으면 한 대 때렸을 텐데, 반응이 달랐기 때문에 기억에 남은 모양이다.


그런 생각을 평소에 하지도 않는데 대체 왜 꿈에 자꾸 똑같은 사람이 등장할까. 몇 가지 가설을 세워보았다.

첫째, 꿈에 나온 사람이 중요한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치환된 걸 수 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 주변에는 그 동창 친구를 연상시키는 사람이 없다. 그 동창을 떠올리면 '장난 엄청 쳐서 가끔 나를 열받게 했지만, 애는 착한 애였다'인데 주변에 나에게 장난치는 남사친이 없지 않은가.


둘째, 전생 인연이다.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나는 무당이 아닌 일반인 중에 영적인 감각을 타고났다고 믿는다. 게다가 오늘 꿈에서는, 자주 가던 점쟁이에게 '도대체 이 친구가 왜 꿈에 자주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 점쟁이가 진지한 눈빛으로 그럼 한 번 연락해 보라고 했다. 나는 꿈에서도, 연락처를 모르는데 어떻게 연락하냐고 생각했다.


이 정도까지 반복적으로 몇 년에 걸쳐 꿈에 나오는 데엔 반드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평상시엔 정말이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나는 초중고대학교 때 친구 자체가 없으니, 중학교 회상할 일도 없다. 꿈에 나올 때마다 '뭐야. 왜 나와.'하고 말았는데, 이젠 정말 이상해서 글을 쓰게 되었다. 이러다 연락이 닿게 된다면 참 신기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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