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작품으로

그런 너라도 (Re-record)

by 이가연

'그런 너라도'는 참 잘 쓴 곡이다.


내 기준에서 잘 쓴 곡이란, 곡을 듣고 흥얼거리게 되는 멜로디나 가사가 있는 것이다. 이 노래는 '친구들 말하길 /넌 너무 겁쟁이라서'라는 부분이 머리에 맴돈다.


이 곡은 멜로디가 밝은 것도 아니고, 슬픈 것도 아니다. 가사를 이해할 수 없는 외국인들에게 들려줬을 때도, 뭔가 슬프다고 했다. 그게 더 찡한 맛이 있다.


나에겐 이 노래에 '여름'이 묻어있다. 작년 8월에 쓴 곡이고, 유튜브 영상에 사용하던 기억이 짙게 묻어있어서 '바다'가 떠오르기도 하다.


내 기분 상태에 따라 이 노래를 들을 때 감정이 달라진다. 근래엔 대체로 상쾌한 기분이 든다. 요즘 날씨가 흐린데, 이 노래를 들으면 하늘이 그렇게 회색빛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내게 이 노래가 워낙 푸릇푸릇해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1집에서 이 노래 들을 때가 제일 행복하다. '사실 너도 나를 품은 적이 있어서 / 너도 니 맘이 맘대로 되지 않는 게 싫어서' 부분을 들을 때면 솔직히 아직도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특히 '품다'라는 단어 사용을 적절히 잘한 거 같다.


1집 노래의 조회수가 얼마 나오지 않았든, 꼭 듣길 바랐던 사람이 안 들었든, 실패로 느끼지 않는다. 이렇게까지 노래에 나를 다 바쳐서 담아본 적이 없었고, 그것으로 충분하다 못해 감사하다.


미술관에 있는 유명한 화가 그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 음원들은 내가 죽은 이후에도 계속 세상에 울려 퍼질 것이고, 언제 어떻게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될지 모른다.


작품에 내 인생이 담겨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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