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갯소리지만, 나중에 연애하면 남자 입장에서 이런 선물 사줄 필요도 없고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지, 목걸이, 팔찌와 같은 액세서리. 극혐이다. 좋고 싫은 표정 관리도 안 되어서, 바로 환불받으라고 할 거다. 뭔가가 내 피부에 닿는 그 느낌을 견디고 있을 수가 없다. 팔찌까지는 그래도 이해가 되는데, 반지나 목걸이는 불편해서 다들 어떻게 하고 다니는지 모르겠다. 내가 그들이 이해가 안 되는 것처럼, 그들도 내가 이해가 안 되겠지...
가방도 들고 다니기 싫어해서, 일을 하러 가든 놀러 가든, 타로도 명함도 다 주머니에 찔러 넣고 최대한 가방 없이 다닌다. '그래도 일하러 가는 건데 가방은 들고 다녀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은 나에게 통하지 않는다. 넣을 게 없는데 왜 들고 가야 하나. (어쩌면 그래서 유럽에서 소매치기 걱정 없이 다닌 게 아닌가 싶다. 핸드폰만 손에 쥐고 다녔으니.)
그중 가장 극혐은 뭔가 바르는 것이다. 특히 핸드크림, 극혐이다. 발바닥도 아니고 상상만 해도 그 촉감이 싫다. 다행히도 아직 손이 부들부들해서 핸드크림 바를 일이 없다. 아마 필요가 없으니 거부감이 더 심했던 게 아닌가 싶다. 화장을 싫어하는 데에도, 분명 이 '촉감' 과민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더 예쁘게 보이는 걸 싫어하는 여자가 누가 있나. 그런데 뭔가 덕지덕지 발라져 있는 상태를 견디기가 어려운 것이다. 정말 의무적으로 피부를 위해서 선크림만 바르는데, 선크림도 내 손에 막 묻는 게 싫어서 스틱으로 된 선크림을 선호한다.
옷 선물도 싫다. 바지도 어지간히 정말 편해야 입을 수 있어서, 하나를 그 계절 내내 입는다. 신발은 평발이라 정해진 운동화만 가능하다. 티셔츠 중에 내가 가장 잘 입는 건, 니플 패치를 안 붙여도 되는 것들이다. 안 그러면 니플 패치 붙이기 귀찮아서 안 입게 된다. 심지어 어떤 반팔 얇은 옷들은, 패치를 붙이면 그 붙인 티가 나서 못 입는다. 참고로, 아이유가 오든, 예능 국장이 오든 무대 올라가려면 그래도 브라를 입어야지 라고 말해도 못 입는다.
(이 글을 쓰다가 완전히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내 브런치 독자라면 다 아는 그 누군가가 나에게 옷을 골라줬을 때 일이다. 뭘 골라줘가지고 갈아입었는데, 그때가 겨울에 가까워서 후드티 입고 나왔기 때문에 니플 패치도 안 하고 있었다. 애초에 바지 사러 간 거 였다..... 입어보니 도저히 입고 탈의실 밖에 나갈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걸 어떻게 말하냐. 다시 원래 옷으로 갈아입고 그냥 나오니, 옆에서 엄청 주절주절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냥 나가면 잔소리 들을 거 알았는데, 선택지가 없었다. )
ADHD가 가진 부정적 특성을 긍정적 특성으로 바꿔 생각해 보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돈 절약이 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은 것도 잠시, 나의 그 '충동성' 성향으로 비행기표를 질러버리는 것이 떠올랐다.
그래도 뭔가 선물을 사주고 싶어한다면 무조건 손에 안 잡히는 걸 좋아한다고 해야지. 주로 뭔가 예약해야하는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