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책 이야기

뮤지컬의 탄생

고희경 지음 / 마인드빌딩

by 이가연

p237 진정한 록 뮤지컬의 시작이라고 평가받으며 논란과 환호 속에서 시작된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 대해 브로드웨이 평론가들은 냉담했다. (중략) 로큰롤이 팝 문화에 강한 영향을 끼쳤지만 브로드웨이에서는 오랫동안 무시되었다.

- 과연 어느 전문가, 평론가 한 명이라도 1970년대에 막이 오른 이 뮤지컬이 2020년대까지도 유명할 거라고 짐작이라도 했을까. 예술 작품이란 게 이렇다. 이 작품의 수명이 얼마나 될지, 언제 어떻게 얼마나 잘될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으니 말을 함부로 해선 안 된다..


p258 한국의 공연 시장을 주도하는 장르가 뮤지컬이 된 것은 <오페라의 유령>부터였다.

- 마침 내가 내 돈을 주고 뮤지컬을 보기 시작한 것도 <오페라의 유령> 내한 공연이 처음이었다. 고등학교 1-2학년 때 뮤지컬 전공을 생각했기 때문에, 2010년 초반대 뮤지컬 시장 분위기를 대략 기억하고 있다. 아이러니한 건, 그때 유명했던 뮤지컬 배우들이 아직도 같은 역할을 맡는다. 매우 고여있다. 내가 고등학생 때도 정선아, 홍광호, 옥주현, 박은태였다. 벌써 12-13년 전이다. 아이돌과 기존 배우가 아닌 이상, 대형 뮤지컬 앙상블 자리까진 오를 수 있어도, 주인공 역할은 열 수 있는 문 자체가 없어 보인다. 반면 영국에서는 내가 지금 오늘 보러 가는 뮤지컬에 배우들이 누가 나오는지도 모르고 봤다. 배우 또는 팬덤 중심의 한국 뮤지컬 시장은 세계적으로 좀 더 비판을 받아야 된다.


p306 대중적인 아바 음악의 사용은 <맘마미아!>가 히트할 수 있는 시장이 보장된 요소였지만 다른 한편으로 안이하다는 평을 들을 수 있는 양날의 칼이었다. 그러잖아도 '현실도피' 장르로 의심받는 뮤지컬이 가벼운 팝송 대행진으로 타락했다며 전문가들은 막이 오르기도 전부터 냉소를 퍼부었지만 박스 오피스는 뜨거웠다.

- 한국 주크박스 뮤지컬로는 '그날들'을 강력 추천한다. 2014년 가을, 겨울에 봤던 '그날들'은 아직까지도 내 마음속 탑 5 안에 든다. 김광석 노래를 바탕으로 하는데, 이 뮤지컬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사랑했지만', '이등병의 편지'를 제외하고는 거의 다 모르던 노래였다. (고등학생이었다.) 하지만 공연을 보고, 나 역시도 김광석 노래를 무척 좋아하게 되었다.


p411 어린이가 대거 등장하는 웨스트엔드 연극 <해리포터 저주받은 아이>의 인기도 여느 뮤지컬 못지않다. 21세기 웨스트엔드의 주역은 새천년에 태어난 어린이들이었다.

- 런던에 처음 갔던 2022년 겨울에 봤던, 런던에서 유일하게 본 연극이다. 오랜 해덕이니 당연하다. (다만 내가 ADHD라는 걸 진작 알았더라면, 5시간짜리 연극을 하루에 다 보지 않고 나눠서 봤을 것이다. 2부는 기억도 잘 안 날 정도로 졸렸다.)


무대에 아이들이 등장하면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뮤지컬 <겨울 왕국> 볼 때도, 엘사와 안나 아역 배우들이 정말 귀여워서 온몸으로 행복해졌던 순간이 기억난다.




여담으로 이번 9월에 영국에 가면, <맘마미아>나 <오페라의 유령> 중 둘 중 하나는 꼭 볼 거다. 그동안 영국에서 뮤지컬을 많이 못 본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같은 뮤지컬이 365일 내내 극장에 걸려서, '꼭 지금 안 봐도 된다'는 마음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단 몇 달만 공연하기 때문에 놓치기 전에 봐야 한다는 마음으로 티켓을 끊게 된다.


난 똑같은 뮤지컬을 또 보는 경우가 잘 없다. 둘 다 이미 한국에서 내한 공연으로 봤던 작품이지만, 웨스트엔드 거리를 그렇게 자주 걸어다녔으면서 두 작품을 안 봤다는 건 스스로가 용납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런던 웨스트엔드 극장들은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이 고풍스럽고 아름답다. 돈이 들더라도, 보장된 행복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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