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책 이야기

영감의 말들

김목인 지음 / 유유

by 이가연

p21 가장 왕성한 이야기보따리를 가진 사람은 누구일까? 경험도, 결핍도, 좋은 기억도 많은 사람 아닐까?

- 특별히 엄청난 경험과 결핍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런데 보통의 27살에 비해,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백배쯤 많이 타봤을 거라 자부한다. 남들이 생각하기에 별 거 아닌 일을, 300번 정도 떠올리기 때문이다. 감정을 남다르게 깊이, 반복해서 느끼는 사람은, 적어도 창작을 해야 미치지 않고 살 수 있는 거 같다.


p27 사실 세상의 많은 작품이 죽음의 관점에서 나온다.

- 당장 내일 죽는다고 생각하면, 제일 먼저 녹음실에 달려가 무반주라도 자작곡들을 불러둘 거다. 그 마음을 제대로 깨닫고, 올해 곡들이 많이 탄생하게 되었다.


p71 지망생 시절의 어려움 중 하나는 제안이 없다는 것이다. (중략) 게다가 그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여야 한다. (중략) 컴필레이션음반 참여, 각종 공연, 출판 제안이 이어진다.

- 언제쯤 내게도 그런 것들이 이어지게 될까. 쌓인 경력에 비해 너무할 정도로 제안은 아예 들어오지 않았다. 내년이면 이렇게 무작정 이메일을 많이 보내는 것도 10년이다. 이건 오히려, 남들보다 자신이 꽂힌 분야라면 미친 몰입을 할 수 있어서 가능했다.


p89 나도 노래를 만들고 있지만 솔직히 어떻게 하면 노래를 쉽게 만들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막힐 때마다 항상 기대는 것이 있으니, 바로 '말하기'다.

- 내가 쓴 거의 모든 곡들이 상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술술 나온 것이다. 상대를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거나, 직접 말할 수 있었으면 한 곡도 나오지 않았다.


p129 우리에게 진한 인상을 남기는 것은 무엇일까? (중략) 먼저 작용하는 건 그 노래가 무엇인가를 '적절히 표현하고 있을 때의 에너지' 아닐까?

- 음원으로 들었을 땐 좋았는데 라이브 영상을 보니 실망했던 경험이 있다. 분명 슬프고 애절한 가사인데, 가수가 그 감정을 느끼면서 부르는 것이 아니라, 그냥 가사를 출력하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리 템포가 빠르다고 해도, 충분히 가사에 몰입해서 부르는 표정과 몸짓이 나올 수 있다. 외국인들이 그 무대만 보면, 이별이 아니라 풋풋한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할 것 같았다.


똑같이 '사랑'을 이야기하더라도, 상대를 마음껏 사랑할 수 있을 때의 '사랑해'와, 다가갈 수 없을 때의 '사랑해'는 천지 차이다. 멋있게 무대 퍼포먼스를 하기에 앞서, 그 '노래가 전하는 메시지'를 잊어선 안 된다. 노래는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지, '내가 이렇게 멋있게 노래한다'를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니까.


p161 작곡가 입장에서는 노래를 썼던 시기의 경험이 떠올라 오래된 미발표곡은 유통기한이 다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중략) 최근 앨범에 실린 한 곡은 거의 10년 전에 만든 것이었다.

- 나는 2012, 13년에 쓴 미발매곡들도 있다. 중고등학교 때 썼던 곡들은 확실히 티가 난다. 예를 들어, '너란 사람'은 2012년 중 3 때 썼던 곡이다. 다른 발라드에 비해, 뭔가 동요스러운 느낌이 있다. 그럼 어떤가. 지금까지 낸 노래 중에 제일 잘 팔리는 곡 중 하나가 그 곡이다.


p213 잘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게 다른 경우가 많다.

- 나는 예전부터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둔 밸런스 게임을 이해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나는 좋아하는 것이라면 밥 생각도 안 날 정도로 그것만 파서 어떻게든 잘하게 만드는 것이 디폴트기 때문이다. 못하면, '못(can't)' 한다. (안하는 게 아니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은 ADHD인이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마음도 안 먹으니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뮤지컬의 탄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