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이 사랑

마산 창원

by 이가연

올해만 벌써 3번째 마산, 창원 사람을 찾았다. 오늘은 좀 특별하다. 왜냐하면 영국 가기 전부터 알던 분이기 때문이다. '착해 빠진 게 아냐', '나의 빛에게' 앨범 재킷 사진을 찍어주신 분이다. 그동안은 2시간 정도 사진만 찍었기 때문에, 특별히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차 타고 을왕리 해수욕장까지 갔기 때문에 1시간 가까이 차 타고 가면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차에 탄지 한 30분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내 말투가 점점 이상해지는 걸 느꼈다. '억양이 춤을 추는데?'라고 생각하며 계속 얘기를 했다. 그러다 '아 이 익숙한 편안함'하며 스멀스멀 웃게 되고 혹시 고향이 어디신지 여쭈었다. 내가 그렇게 물어볼 때에는 이미 머릿속에 '창원이다 창원이다 창원이다' 하고 있다.


내가 본 창원 사람 중에 제일 표준어 패치가 되셨다. 이번엔 나 스스로도 놀랐다. 그전 두 사람은 서울말이 1%도 섞이지 않은 순수 사투리였다. 그러니 바로 알아차렸다. 하지만 이번엔 서울에서 오래 사신 분이기 때문에 난이도가 높았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 2년 전부터 알던 분인데 이제 알다니.


대구, 창원, 부산 사람 열명 모아다 두고 여기서 창원 사람만 골라내라 해도 맞출 수 있을 거 같다. 너무 어려운가. 그렇다면 조건이 있다. MBTI가 I인 남자만이다. 생각해 보니 E는 텐션이 달라서 헷갈릴 거 같다. 조곤조곤하고 편안한 시몬스 침대 같아야 내가 알아차린다. 별 거 없다. '경상도 사투리인데 듣기 편안하다' 싶으면 눈이 번쩍 떠져서 더 주의 깊게 들으면 알게 된다.


말하다 보니 혼잣말도 "괜찮네"가 아니라 "괘않네"이러니 웃겼다. 나도 모르게 말투가 따라갈 때마다 신기하다. 평평하게 말해야 되는 말을 에스컬레이터 타고 올라가듯이 말하니, 내가 말하고 난 뒤에도 갸웃갸웃하게 된다.


혹시 마산에 뭐 볼 거 있냐고 어딜 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물었다. 사실 내가 뭔가 정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가지고 기대했다. 아.. 돝섬은 이미 두 번이나 가봤어요..


돝섬이 원래는 막 놀이기구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냥 공원처럼 방치된 상태라고 들었다고 하셨다. 내가 갔을 때에도, 사람이 너무 없어서 신기했다. 좋은 산책로도 있고, 행사를 할 수 있을 법한 공간들도 있는데 안 쓰이는 게 아까웠다. 서울은 그런 산책로에 사람이 없을 수가 없다.


사람들이 마산에 돝섬 보러 오는 것도 아니고, 마산 자체가 관광할 게 없어서 안 오는 게 문제다. 지난 1년 동안 이 마창진 근방에도 공연팀 모집을 하는지 맨날천날 체크했지만, 없었다. 조만간 강릉에 대회 참가하러 가는데, 전국 각지에서 본선 진출 150팀이 모인다. 그럼 그 사람들이 다 그 근처에 1박 머물며, 주변 관광을 할 것이다. 그런 것처럼, 마산에서도 가요제를 하나 하고, 가요제만 하고 가기 아쉬우니까 그 기간에 돝섬에서 버스킹도 할 수 있도록 만들면 안 되나. 내 유튜브 올렸던 영상들 보면 그림도 나쁘지 않게 담길 거 같다. 이런 뮤지션들은 어차피 본인의 공연, 활동을 사진과 영상으로 SNS에 올리기 때문에, '이런 섬에서도 버스킹을 하네'라는 인식을 사람들에게 심어줄 수 있을 거다.


계속 마산 얘기를 하니, 고향 사람 만난 느낌이라는 말을 들었다. 처음엔 기분이 매우 좋았는데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지'하는 생각이 들어서 뒷맛이 씁쓸해졌다. 듣고 싶은 사람이 따로 있었겠지.


나도 그 지역 사람만 알 수 있는 몇 가지를 알게 된 게 있다. 창원 역하고 창원중앙역이 너무 가까운데 뭣하러 역이 두 개나 필요한지 궁금했다. 생활 반경이 다르다고 한다. 그 쪼꼬만 한데 안에서도 마산에 가까운 창원역이 진짜 창원이고, 뒤에는 나중에 생긴 거 취급이구나.


걔가 내가 서울 사람이니까 마산이나 진해를 모를 줄 알고 창원이라고 말했을 가능성도 생각했었다. 그런데 보아하니 마산 사람은 마산 부심이 있어서, 마산을 먼저 얘기하고 창원을 얘기하든지 하지, 창원만 말할 수는 없단 걸 확실히 알게 되었다. 생각해 보니 창원 부심만 부렸지 마산 얘기한 기억이 없다.


SRT 가는 것도 모르던 내가 어쩌다 여기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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