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이 사랑

겉으론 멀쩡해 보여서

by 이가연

아직도 ADHD 증상 글을 볼 때 놀랄 일이 남아있다. 수백 시간을 훈련해도 안 되던 게 다 뇌 자체가 남들과 달리 태어났던 거라고 생각하면 6개월이 지난 아직까지도 슬프다. 나에게 상담은 흔히 생각하는 힘든 일을 털어놓는 것이 아니라, 안 되는 걸 어떻게든 계속 고치려한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ADHD 글을 쓰게 된 첫째 이유가 그것이었다. 말로 하려면 감정부터 올라오니, 잘 정돈하여 글로 남겨 사람들에게 두고두고 전하고 싶었다. 내가 이렇게 힘들었다고. 날 좀 도와달라고. 배가 안 나온 초기 임산부처럼 겉으로 보기에 크게 티가 안 날 뿐이라고. 임산부가 그렇다고 집에만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나도 마찬가지였다. 인간 관계, 사회 생활, 이런 거 다 잘 못하는 거 아는데, 음악하고 글 쓰고 공부하고 이런 것만 잘하는 거 다 아는데 그래도 피나게 노력해왔다.


과거 인간관계에서 구체적인 인물을 이 매거진 첫화부터 적어두었다.

https://brunch.co.kr/magazine/thislove


신찬성은 그렇게 티를 냈는데 네가 못 알아들은 거라는 말, 너는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싶지 않냐는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마치 시각 장애인에게 눈 크게 뜨면 보인다고 역정을 낸 건데, 그걸 어찌 잊나. 평생 못 잊을 상처다. 김연지는 소설에 서술하지 않았지만, 내가 남들이 1로 느끼는 것을 100으로 느낀다는 걸 알았다면 하지 않았을 말이 있다.


소설까지 썼다는 건, 그 사람들이 다 선한 사람들이었음을 알기 때문이다. 일찍 진단받고, 설명했으면, 그렇게까지 상처를 남기지 않았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다.


특히나 신찬성은 남의 고통과 감정을 그대로 본인이 흡수하듯 느끼던 사람이다. "니 진짜 상처 받았나"도 내 귓가에 입력된 음성 중 하나다. 지금은 그때 상처 받았던 것의 오억배다. 살면서 미안하다는 말도 별로 안 해봤다고 했다. 그런데 미안하다는 말로 안 될 거 같은 나의 마음들이 다 써있는데 이걸 어떻게 감당하나. 행여 알게 되는 날에는, 이걸 알게 해서 너를 아프게 해서 미안하다고 할 거다.


이것이 앞으로 만나는 사람마다 ADHD를 말하고자 하는 이유다. 상처를 주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나. 나는 인간은 기본적으로 1프로의 사이코패스를 제외하고 선하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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