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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쳐 쓰러질 때쯤

by 이가연

경력 단절이 무서웠다. 앨범 발매는 공연 경력이 아니다. 공연팀에 지원할 때는, 최근 3년 또는 5년 공연 내역이 있어야 한다. 다행히 2023년 상반기에 그렇다할 공연 경력을 쌓아두고 갔다. 2024년 1년 동안은 유학 공백기라고 쳐도, 올해는 공연 경력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남겨야 했다. 영국이든 한국이든 그냥 펍에서 공연한 건 인정되지 않는다.

공연 포스터, 주최 주관이 명시되어 있는 행사여야 한다. 그런 행사는, 앨범 발매처럼 내 의지대로 쌓을 수 있는 경력이 아니다. 누군가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정신 건강이 엉망진창이 되어도, 노트북 켤 힘만 있다면 기계처럼 하던 것이 공연팀 지원이다. 테일러 스위프트가 3대가 먹고 살 돈이 있어도 투어하고 다니듯, 나도 당장 누가 10억을 줘도 똑같은 이 '무대 찾는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어제 1년 만에 행사 경력을 하나 만들었다. 하나가 되면, 다음 단계로 나아갈 힘이 생긴다. '계속 두드리다보면 뽑히는구나'하는 그 믿음이 없어지기 전에, 불을 지펴주었다.

참 신기하게도, 난 늘 그랬다. '와 이젠 더 이상 버티기 힘든데.' 싶으면 기회가 허락 되었다. 먼저 제안이 들어오는 게 아니라, 열심히 두드린 일, 관계 중에 하나가 딱 잘 된다.


'와 나 어디 고용돼서 당장 돈은 못 벌 거 같은데' 싶을 때 지금 봉사 활동하고 있는 청소년 센터를 만나 힘을 얻었다. 다음 달에는 버스킹 대회 본선도 앞두고 있다.


당연히도 올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9년간 활동했던 것 중에, 가장 대표 경력을 올해 하반기에 쌓을 지 어찌 아는가. 5월에 미니 1집을 낼 줄 몰랐듯, 모르는 일이다.


지쳐 쓰러질 때쯤 만나는 그런 기회들은, 기억에도 더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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