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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가연 Nov 25. 2023

#8 친절한 인종차별

11월 셋째 주 짧은 글 

화장실

애매하게 가고 싶어도 가야 한다. 

갈까 말까 할 땐 가라. 



대한민국 만세 

다음 달에 파리 가? 비자 신청했어? 

나는 한국인이지롱 



한국인

공정한 채점을 위해 절대 이름을 쓰지 말라고 하셨는데 내 에세이에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으로 시작하는 문장을 발견했다. 우리 수업에 한국인은 나 포함 두 명인걸.



그날 

그날 그 시간에 빨래하러 가지 않았다면 

그날 그 모임에 가서 그 자리에 앉지 않았다면 



애정

애정을 표현하는 방식은 대개 부모로부터 배운다. 아빠는 대표적으로 돈이었고 엄마는 맛있는 음식이었다. 그래서 나도 친구들에게 애정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맛있는 걸 사 먹이고 싶었다. 



친절한 인종차별 

70대쯤으로 보이는 분이 나보고 자기 딸도 딱 너처럼 생긴 중국인하고 같이 놀곤 했다고 했다. 그 말을 옆에서 들은 사람이 나는 한국인이라고 얘기했더니 "그래 뭐 너랑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이라고 했다. 언뜻 보면 상당히 기분 나쁠 인종차별이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할머니의 인지하고 푸근한 표정을 보니 그냥 나에게 다가오고 싶고 말을 붙이려느라 하신 말인 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노래가 끝나고 너무나 미소로 잘 들었다고 해주셨다. 나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표정이셨다. 


레슨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사우스햄튼도 학교 캠퍼스 밖으로만 나가면 정착해서 사는 동양인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했다. 런던이 아닌 조그마한 도시 바스, 20대도 아닌 70대쯤이라면 인종차별이 아니라 '나도 너처럼 생긴 중국인을 본 적 있어서 익숙해'라는 의도로 들렸다. 설령 중국인이든 한국인이든 다 똑같은 동양인 취급을 한다 해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던 유일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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