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둘째 주 짧은 글
택배
엄청 큰 택배가 1층 데스크에 도착했으니 얼른 가져가라는 메일에 당장 집 가고 싶었다.
크다는 건 아마존에서 시킨 수영복 세트가 아니라 한국에서 온 택배라는 뜻이었으니.
나 지금 체력 몇 프로 남았지?
런던에서 집에 도착하기까지 약 2시간이 걸린다. 체력도 휴대폰 배터리와 같다. 적어도 30%는 남아있어야 한다. 더 놀고 싶을 땐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나 지금 얼마나 남았지?
20% 이하면 안 된다. 기차표 바코드를 찍고 나가야 하니 늘 핸드폰 보조 배터리를 가지고 다니듯, 역에서 내려서 버스 탈 체력까지 남아 있어야 한다.
안개
안개가 자욱해서 마치 구름 속을 걷는 것만 같았단 날, 백인 남자인 친구와 들판을 걸었더니
당장이라도 트와일라잇 영화 속 나오는 뱀파이어가 나타나서 내 목을 비틀 것만 같았다.
롱패딩
"Wait a minute. Let me get myself caterpillared."
"잠깐만, 나 애벌레 좀 될게." (롱패딩 지퍼를 요리조리 잠근다)
키 161. 여기서는 XS 사이즈 롱패딩을 사도 무척 길더군요.
caterpillared. 진짜 한국보다 덜 추운 거 맞나.
한국의 의료 시스템
아침에 일어났는데 목에서 쉰 소리가 나왔다. 한국이었으면 아침 8시 50분까지 집 앞 이비인후과에 갔을 거다. 10년 전부터 내 목 건강은 언제든지 예약 없이 만날 수 있는 '이비인후과 전문의'와 함께했다. 여기서는 소금물 가글하고 약 먹고 잘 쉬며 묵언 수행할 수밖에 없다. 이건 고향이 그리운 게 아니라 한국의 '세계 최고 수준' 의료 시스템이 그리운 거다. 우리나라 만세.
발음
'네온사인' 아니고 '니온 사인'이구나.
이부프로펜이 아니라 '아이부프로펜'인 걸 처음 알았을 때 생각난다. 한 끝 차이로 못 알아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