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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관계는 쌍방

친구들과 연결되는 방법

by 이가연

영국인 친구는 평일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을 하기 때문에, 평일엔 시차 때문에 도저히 전화할 시간이 없다. 주말에만 전화 가능하다. 아무리 주말마다 전화하고 있어도, 원체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만나 놀던 친구이기 때문에 아쉽게 느껴진다. 오빠는 아예 전화 통화가 불가하다. 매일 4시간 자고 주 7일 일하는 아주 대단한 사람이다. 주로 내가 자고 있는 시간에 카톡 답장이 온다. 그리고 이따금씩 음성 메세지도 남겨 준다. 그것도 통화 대신의 방법이다.


그 시차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영상 찍어 보내기'를 선택했다. 그럼 비록 카메라에 대고 말하는 것이지만, 상대방에게 말하는 기분이 든다. 전화가 안 되니 생각해 낸 방법이다. 오늘은 새로 머리 염색한 걸 얘기하며 영상을 시작했다.


영국인 친구는 관련 동아리에서 만났고, 오빠는 내가 타로에 입문시켰다. 그래서 타로 카드 뽑아서 리딩하는 모습을 공유하고 있다. 특히 오빠에게 이런저런 타로 카드를 종류별로 다 가르쳐줬기 때문에, 복습 영상도 된다. 또 한 주가 어떻게 흘러갈지 퍼스널 리딩 영상을 보내주기도 한다.



인간관계에서 노력은 쌍방이어야 한다. 오빠는 몇 달 전부터 내가 올리는 모든 브런치 글을 바로 읽는다. 바쁠 땐 몰아서 읽으면 되는 거고, 사람이 아무리 바빠도 밥 먹고 화장실 갈 시간이 있다는 걸 이 분 덕분에 깨달았다. 이런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는 사람도 나를 전혀 서운하거나 화나게 하지 않는다면, 지금껏 겪은 모든 인간들은 전부 나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기 때문임을 뼈에 새겼다.


영국에 있는 친구 둘을 제외하고, 가족 외의 또래로부터 쌍방의 관계가 지속되기 어려웠다. 내가 생각하는 쌍방의 관계는 참 간단하다. 나도 저 사람이랑 만나서 놀고 싶고, 저 사람도 나랑 만나서 놀고 싶은 거다. 그러니 나는 영국인 친구랑 펍 가고 싶은 게 영국 가고 싶은 가장 큰 이유고, 친구는 내가 영국 가면 기차로 왕복 4시간 거리를 퇴근하고 오는 것이 아니겠나.


여자고 남자고 다 내가 짝사랑하는 관계 같았다. 남자보다 여자가 더 상처다. 남자는 상대가 그러면, 나도 바로 정 떨어지기 때문이다. (oh that fxcking one exception...)


앞으로 이런 쌍방의 관계를 더욱 자주 만나고 싶고, 놓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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