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억압하니까 더 그러는 거 같아서 생각날 때 마음껏 생각하고 말하자고도 다짐했다. 정말 아무 것도 안 통한다.
예전에 상담에서 '~해도 괜찮아' 훈련을 했었다.
계속 돈 안 벌어도 괜찮아.
친구가 영국에만 두 명 있어도 괜찮아.
아직 유명하지 않아도 괜찮아.
ADHD여도 괜찮아.
이런 건 다 된다. 저 문장들 뒤에는, '난 내가 자랑스러워.'가 다 붙는다. 당장 돈 안 벌어도 난 재능이 많은 사람이고, 그 정도로 무엇이든 다 말할 수 있는 친한 친구가 있는 사람도 드물고, 난 내가 유명해질 거라는 확신이 있다. ADHD는 장점이 너무도 많다.
'계속 기다려도 괜찮아.' 이런 건 안 된다. 정말 안 괜찮다. 이미 한계치를 너무 많이 넘겼다. '죽을 거 같을 때 계속 영국 가도 괜찮아.' 이런 거 안 된다.
보아하니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괜찮아'는 도움이 되지만, 억지로 적는 '괜찮아'는 나를 통제하려는 거였다. 차라리 '안 괜찮아'를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진짜 영국을 무슨 돌아서면 다시 가야하고 그것도 많이 참다가 가는 거라 안 괜찮아.
나 당장 영국 못 갈 때마다 창원 가는 거 진짜 너무 안 괜찮아. 이 작년 8월부터 시작된 영국 창원 영국 창원 여행 패턴 진짜 징글징글하고 안 괜찮아. 진심으로 좋아서 여행을 가야지, 살기 위해서 어딘가를 자꾸 찾는 거 안 괜찮아.
나 당장 내려갈 핑계도 없으니 창원 사람이랑 만나서 사투리하는 걸로 대신하는 거 안 괜찮아.
나 유튜브로도 사투리를 하도 많이 들어서 봉사할 때도 '사투리로 말하면 안 된다'라고 생각할 정도로 이상한 말투 막 나오는 거 안 괜찮아.
나 친구에게 같은 얘기를 수백번 하고, 관련 점보는 영상 한 천 개는 넘게 보고, 약을 먹어도 정말 안 괜찮아.
나 내가 타로를 잘 보는데도, 친구가 연락 안 될 때면 아무나 제발 말하고 싶어서 걔 주제로 점 보는데 최소 백만원은 쓴 거 안 괜찮아.
나 매거진에 들어간 글만 한 80개지, 슬쩍슬쩍 들어간 글이 한 200개는 넘는 거 안 괜찮아.
나 앨범 낼 때 사적인 감정 들어가서 후회할 선택하는 거 안 괜찮아. 지난 1집 앨범 재킷 볼 때마다 가끔씩 현타 오는 거 안 괜찮아.
나 아직 대회 본선 가지도 않았는데, 무슨 상금 받으면 한 200만원은 너한테 송금해주면 어떨까, 덕분에 받았다고 돈 주는데 욕하진 않겠지 생각하는 거 안 괜찮아.
나 너가 이 글 보는 것도 안 괜찮고, 안 보는 것도 안 괜찮아.
나 너가 내 1집 노래 안 들었으면 진짜 안 괜찮아.
나 너가 아직 지난 1집도 안 들었는데도 이번 신곡 또 내는 거면 진짜 너무 안 괜찮아.
나 버는 돈도 없는데 너 들으라고 계속 이렇게 재산 탕진하는 거 안 괜찮아.
나 진짜 이렇게 버티듯이 사는 거 안 괜찮아.
나 가족이 아닌 사람 때문에 이렇게 많이, 오래, 울고 힘들어하는 거 안 괜찮아.
나 괜찮아지기엔 너무 먼 길을 와 버린 것 같아서 안 괜찮아.
나 도대체가 괜찮아질 기미가 안 보이는 거 안 괜찮아.
나 노래하고 글 쓰고 영상 만들면서 마음을 풀지 않으면 살아지지가 않는 거 안 괜찮아.
나 무슨 1년 반 전 일을 어제 일처럼 느끼는 거 안 괜찮아.
나 "내가 너를 거의 죽여놓은 것 같다. 미안하다."라는 말이 듣고 싶은 거 안 괜찮아.
나 너는 가만히 있었는데 나 혼자서 상처를 어마무시하게 키워놓은 거 안 괜찮아.
나 너가 한국인지 서울인지도 모르는데, 여기가 그 작은 소튼도 아니고 집에서 나갈 때마다 마주치길 바라는 거 안 괜찮아.
나 오빠가 지금 살아있긴 한 건지 모르는 거 안 괜찮아.
나 내가 사고로라도 죽으면 내 영국 오빠로부터 그 소식을 전해 듣고, 오빠 인생에 스크래치가 날 거 같아서 그 마음으로 사는 거 안 괜찮아.
나 나의 존재도 잊었을 수 있는 사람 때문에 내 모든 걸 다 바칠 수 있는 거 안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