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에 음악적으로, 타당하게 갈 이유가 생기기 위해서 지난 1년을 찾아봤었다. 당연히 쥐뿔 아무 것도 없었다. 이래서 다 서울 올라오는구나 싶었다. 그런데 그렇게 겨우 잡은 기회를 접고, 안 가도 되는 봉사 활동을 가게 되었다.
처음엔 그게 '선택과 집중' 필요성에 의거, 합리적인 판단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지난 1년 동안 계속 찾았기 때문에, '또 있겠지'가 안 되는 건이었다.
역시 ADHD의 말은 80% 걸러 듣겠다던 오빠의 말이 맞다. 기회를 버리고나니까 그제야, '우와 그럼 이제 무슨 핑계로 가. 나 핑계 없이 못 가겠는데 이제. 우와 그럼 이제 국내에서 어디로 가.'싶다. (보면 작년 12월에 영국 갔다가, 2월에 창원에 갔고, 5월에 영국을 갔기 때문에 7월부터 고비가 매우 왔다. 기절하겠다.)
오빠가 왜 내 말을 걸러듣는다고 할까. 그때 그때 느끼는 게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그럼 말도 다르기 때문이다. 본인 진심이 뭔지 모를 때도 많고, 뒤늦게 깨닫는다. 그러니 학생 검정고시를 봐주는 걸 선택했던 건 그때의 마음이고, 어쩌면 내 안의 판사가 작용했을 수 있다. 봉사 활동 가는 게 '훨씬' 가치 있어 보이니까. 공연비를 받고 가는 것도 아니고, 내가 놓지 못하는 사람의 고향에 자꾸 혼자 가고싶은 게 타당해보이나. 한 번도 아니고 이미 두 번도 지나치게 많이 간 기분이다. 강릉도 아니고, 부산도 아니고... 납득하고 싶지가 않다.
나부터, 그때그때 나를 받아들여줘야 한다. 지금은 감사하게도 오빠가 그 역할의 본보기를 잘 보여주고 있다. 1분만에 바뀌든, 10초만에 바뀌든, 그때그때 내가 나다. '왜 오빠 말고 이걸 제대로 알아주는 사람이 없냐!!! 이 코리안들아!!!!'했는데, 솔직히 나 코리안도 스스로 이해하기 어렵다. 나도 어려운데, 남들은 오죽할까.
가고 싶어하는 것도, 안 가고싶어하는 것도, 사랑하는 것도, 분노하는 것도, 다 내 안에 있는 수천 가지 생각 중 하나요, 싫다고해서 버릴 수가 없는 나의 마음이다.
이러다가 내려가는 꼴을 두 번을 봐서, 조만간 내려가지 않으려나 싶다.
'지겨움, 징글징글함'이라는 감정하고, '숨 막힘, 죽을 거 같음' 감정하고 싸우면 후자를 살려줘야 된다. 이런 나를 받아줄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