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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가연 Dec 29. 2023

#13 소원

12월 마지막 주 짧은 글

소원

도착한 첫날, 떠오르는 해를 보면서 다짐했다. 아직 사람들이 길거리에 있지도 않은 7시 무렵이었다. 갈매기 끼룩끼룩 소리에 눈을 떠서, 무작정 바다가 맞닿아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비록 해변가는 아니지만 수많은 배들이 잠자고 있는 항구 앞에서 말했다. '건강하고 즐겁게 졸업할 수 있게 해 주세요.'

'즐겁게'와 '졸업'은 확실히 자신이 생겼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즐길 수 있게 된 지난 3개월이다.



목감기
목이 아파서 이물감 때문에 자꾸 아이스크림, 주스 같은 차가운 걸 입에 넣고 싶어 하는 건지 아니면 평소에도 그랬는지.


벌레
한국에서도 벌레와 친하지 않았다만
여기 벌레는 사이즈, 종류, 혐오스러움, 깜짝 놀람의 정도가 다르다.


몸무게
이 숫자 반갑지 않아.
돌아오지 마.

영국 와서 살 빠질 때 마음껏 즐길걸.
줄어도 걱정, 늘어도 걱정.


공연

"마지막으로 공연 본 게 언제야? 세 달 전? 너네도 공연을 안 보는데 사람들이 너네 공연을 보러 오겠니? 너네부터 이 공연 산업에 들어가 있어야지."

교수님 말씀이셨으니 양심의 가책 없이 돈을 쓰겠습니다.



기차 파업

인스타에 기차 파업을 대비해서 멀티 티켓을 예매할 수 있는 앱이 있다고 광고가 떴다. 저는 그냥 기차 파업을 그렇게 대책 없이 안 했으면 좋겠어요...



크리스마스 카드

파리에서 집으로 돌아오니 문 앞에 'Gayeon'이라고 적힌 카드가 껴있어서 건물 내 친해진 중국인 친구 두 명 중 누굴까 기대했는데 기숙사에서 단체로 보낸 거였다.



다시 얼굴 봐야 할 사람인가.

그게 아니라면 그 사람이 내 기분을 망치게 허락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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