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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가연 Jan 05. 2024

#14 새해 소망

1월 첫째 주 짧은 글

1월 1일

31일은 자고로 연기 대상 보면서 새해 카운트다운 하는 건데.



한국

오후 3시에 이미 새해를 느꼈다. 정말 12시가 지난 마냥 기분이 이상했다.

실제로 12시가 되어가니 뭔가 울컥했다. 여기 온 이래 가장 격하게 가족이 보고 싶었다.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

좋아하는 일은 취미로 하고 잘하는 일로 먹고살아야 한다라든가, 두 번째로 잘하는 일로 돈을 벌어야 한다든가 예술하는 사람이라면, 아니 많은 사람들이 들어봤을 법한 말인데요. 아, 제가 제일 잘하는 일은 먹고 자고 뒹굴뒹굴 누워있는 거라고요!



새해 소망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를 사랑하고, 내가 아끼는 사람들이 나를 아껴줬으면 좋겠어요.

내 마음의 크기가 상대방 마음 크기랑 비슷했으면 좋겠어요.



스케줄 

지킬 수 있는 건 목표가 아니라 스케줄이라더라.

올해 가장 중요한 스케줄은 졸업이다. 졸업하려면 1월, 9월 공연을 잘 마쳐야 한다. 나머지는 다 옵션이다.



새해 소망 ver.2

가슴 깊이 원하는 소망이 있음에도 가식적으로 소망을 빈 적은 없던가. 내가 지금 진짜로 원하는 것을 솔직하게 마주하는 것이 그 소망을 이루는데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 졸업, 건강, 행복 같은 그런 어느 정도 성공이 보장되어 있는 거 말고. 매일 소원 한 개씩 빌 수 있으면 당장 오늘 뭐를 빌 텐가.



태어나 처음

얼마 전에는 같이 새해맞이를 하기 위해 친구집에 갔다. 태어나 처음으로 친구 집에 초대받아 하룻밤 잔 것이었다. 그런데 분명 날씨가 너무 좋아 행복했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져서 급히 대피하지를 않나, 급하게 찾아 들어간 카페와 바 모두 자리가 없지를 않나, 마지막으로 들어간 카페는 분명 영업 종료 시간이 아직 아닌데 음료를 시키자마자 30분 뒤에 문을 닫는다고 했다. 그래도 그 모든 것이 즐거웠다. 그렇게 맑던 하늘에서 갑자기 비가 오는 것도 신기했고 금세 또 먹구름이 지나고 밝아지는 것, 크리스마스 마켓은 해가 지면 더 이쁘기 때문에 3시부터 좀 이따 가면 되겠다고 생각하는 것, 한국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것이 여기서는 일상이었다.


밤에는 친구집 거실에 앉아있는데 갑자기 폭죽 소리가 들려서 친구 따라 뒤뜰로 갔다. 밤하늘에 별이 수십 개는 보였다. 태어나 처음으로 하늘에 별을 세 개 이상 봤다. 평생 아파트 단지와 새벽에도 거리가 번쩍번쩍한 교대역에만 살았으니 얼마나 놀랄 경험인가. 하늘 올려다보면 별이 한 개쯤 보이는 게 당연했다.


다음 날 아침에는 7시에 해돋이를 보기 위해 버스를 탔다. 8시 9분에 일출이 있을 예정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구름이 너무 많았는지 해는 결국 볼 수 없었다. 7시 반부터 친구와 바닷가를 걸었다. 굳이 걸은 이유는 추워서였다. 혹시라도 문 연 상점이 있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영국에는 편의점의 개념이 없는 것 같다. 24시간 영업하는 상점이 있긴 한지 의문이다. 바닷가 근처라 많이 추웠다. 하지만 새해 일출을 보기 위해 바닷가에 간 것 자체가 내겐 처음이었다. 한국에선 어느 해변가에나 있을 편의점 하나 없지만, 곧 새해 일출이 있는데도 바닷가에 사람이 하나도 없어 친구가 없었다면 무서웠을 것 같지만,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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